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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 5집 - 가장 보통의 존재' 책 한권을 읽은 기분

김귤c 2011. 5. 11. 23:02




책 한권을 읽은 기분


 시집 혹은 단편소설 혹은 에세이. 음악앨범이 아니라 차라리 이렇게 부르고 싶다. <언니네 이발관 5집 가장 보통의 존재>는 문학적 감성으로 가득하다.

 하얀 바탕에 새들의 실루엣과 가사집이 전부다. 그뿐이다. 그 흔한 사진 한 장 없다. 하지만 하얗게 빈 공간은 앨범을 듣는 이가 채워야 할 공간이었다. 수록곡들을 듣고 난 뒤의 이야기와 감성을 담아야 할 공간이었다.

 수록곡들은 각 트랙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고 가사는 다른 곡의 가사와 이어진다. 앨범 전체가 하나의 곡이며 하나의 이야기이다. 흠 잡을 데 없는 완성도다. 음악과 이야기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한 이 앨범의 가치는 공산품 일회용 유행가가 판치는 이 시대에 정말 빛이 난다. 트랙이나 꾸역꾸역 채워 넣는 마네킹 가수들의 사진집인지 헷갈리는 앨범과 비교된다. 

 1번 트랙부터 순서대로 들으면 하나의 이야기와 감성이 완성된다. 어떤 색으로 이야기에 살을 붙여 펼쳐갈지는 듣는 이의 몫이다. 기분에 따라 달리 이야기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이야기라는 것이 정말 잔인하다. '모든 것은 어느 날, 자신이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섬뜩한 자각을 하게 된 어느 사건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언니네 이발관의 보컬 이석이 쓴 산문집 <보통의 존재>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자각의 당사자는 이 앨범의 주인공이다. 누구나 어둠속에서 꾸미고 감추는 것이 익숙하다. 그러나 환한 빛이 자신을 비추고 컴플렉스로 똘똘 뭉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특별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확인하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앨범 주인공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 정말 잔인한 이야기가 아닌가. 정말 '인생은 금물'일까.

 노래를 듣고 가사를 보면서 가슴을 관통하는 무엇에 잠시 멍해져야 했다. 나이 먹을수록 나를 가려주는 어둠이 걷혀지고 세상이 더럽고 차갑다는 인정하기 싫은 현실과 마주하는 순간. 특별하지 않은 체념과 위험한 희망 중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체념속의 안도감에서 비롯된 행복과 위험한 희망에서 비롯된 간절함. 어느 선택에도 이유는 있다. 하지만 보컬 이석원은 일찌감치 백기든 선택은 자신에 대한 기만이며 허무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보통의 존재가 보통의 선택만을 해야 하고 보통의 결과를 얻는 것이 당연해 진다면 얼마나 재미없겠는가.

 



 

 mp3와 싱글은 절대 가질 수 없는 앨범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줬다. 그저 한두 곡 듣고 마는 것이 아니라 앨범의 테마와 이야기까지 감상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 뮤지션의 작품이란 어떤 것인가. 왜 앨범으로 들어야 하는가. 이 모든 것을 <언니네 이발관 5집 가장 보통의 존재>는 답해주고 있다.

(그는 자신이 '가장보통의 존재'임을 자각하고 그녀를 보며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라는 생각에 생각을 하고 부질없는 분노를 퍼붓는다.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는 한없이 '작은 마음'에 괴롭다. 받아들이기 힘든 세상의 '의외의 사실'이 그를 괴롭힌다. 그는 안중에도 없는 그녀의 성의 없는 '알리바이'는 그를 더 초라하게 만든다. 일생동안 '100년 동안의 진심'은 모두 그리움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는 깨달아 버린 것이다. 그는 "'나는' 그림자일 뿐이야."라는 말을 남긴 채 '산들산들'바람에 실려 희미해져 간다.)

 이렇게 뼈아픈 이야기를 완성시켜주는 수록곡들은 한 곡 한 곡 즐기기에도 좋다. 감수성이 넘쳐나는 멜로디와 목소리. 체념한 듯 들리는 목소리가 이렇게 애절하게 들릴 줄을 몰랐다. 무표정해 보이는 노래들 너머에 삶을 애원하는 간절한 모습이 보인다. 마음에 둔 게 큰일이라는 <가장 보통의 존재>나, 함부로 태어나지 말라는 <인생은 금물>이나, 아름다운 것은 버려야 한다는 <아름다운 것>이나 수록곡들 모두 힘없는 한숨 속에 뜨거운 진심이 느껴진다.



가장 보통의 존재中


관심을 애처로이 떠나보내고
내가 온 별에선 연락이 온지 너무 오래되었지
아무도 찾지 않고 어떤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을 바라며
살아온 내가 어느날 속삭였지 나도 모르게

이런 이런 큰일이다 너를 마음에 둔게

당신을 애처로이 떠나보내고
그대의 별에선 연락이 온지 너무 오래되었지

너는 내가 흘린 만큼의 눈물
나는 니가 웃은 만큼의 웃음
무슨 서운하긴, 다 길 따라 가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먼저 손 내밀어 주길 나는 바랬지



인생은 금물中


사랑도 금물 함부로 빠져들지는 마
먼저 해본 사람의 말이 자유 없는 재미없는 생을 살거나
죽을 만큼 괴로울지도 몰라

인생은 금물 함부로 태어나지는 마
먼저 나온 사람의 말이
사랑 없는 재미없는 생을 살거나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네



 

01. 가장 보통의 존재
02.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
03. 아름다운 것
04. 작은마음
05. 의외의 사실
06. 알리바이
07. 100년 동안의 진심
08. 인생은 금물
09. 나는
10. 산들산들

 

(보컬 이석원이 쓴 산문집. 보통의 존재임을 자각한 이석원의 세밀한 감성의 일기장이다. 이석원의 세계를 확인할 수 있음은 물론, 가장 보통의 존재 주인공의 일상과 심정을 더 폭넓게  엿볼 수 있다.)




 사랑도 금물, 인생도 금물. <언니네 이발관 5집 가장 보통의 존재>는 특별하지 않은 자신을 바라보며 보통의 삶을 살아가야 함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잔인한 세상 앞에서 위험한 희망을 향한 마지막 절규는 아니었을까.



언니네 이발관 / 가수
출생
신체
팬카페 언니네이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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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 5집 - 가장 보통의 존재
음반>가요
아티스트 : 언니네 이발관
출시 : 200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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