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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 올리버 스톤의 친절한 경제학 강의

김귤c 2011. 6. 1. 15:32





올리버 스톤의 친절한 경제학 강의


 탐욕이 합법화된 시대는 머니게임의 거물 고든 게코를 낳았다. 그는 월스트리트를 뒤흔들어 놨고 22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는 돌아왔다. '탐욕은 선이다.'라고 설파하던 그가 다시 돌아왔으니 탐욕의 머니게임도 부활의 조짐이 보이려한다. '탐욕은 좋은 것' 이 말 앞에선 두 가지 마음이 뒤엉킨다. 반감이 생기면서도 고개는 끄덕여 진다. 우리는 욕심을 허락하는 자본주의 속에 살고 있고 도덕이라는 최소한의 방어막이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속편의 제의를 받았던 올리버 스톤감독은 속편을 위한 속편을 만들기보다 '때'를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그 '때'는 2008년에 찾아왔다. 2008년 세계 금융시장의 위기는 전 세계 경제위기의 원인이 되었다. 미국 4대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파산했다. 이에 주가는 폭락했고 월스트리트의 대량해고 사태로 이어졌다. 올리버 스톤감독은 이 사태를 놓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이하 머니 네버 슬립스)는 여기서 현실성을 갖는다. 감독의 아버지가 실제 주식중개인이란 사실도 영화의 현실성에 일조했다. 얕은 경제지식으로 이 영화가 탄생했으리라 생각하지 않으니까.

 
출소한 고든 게코는 잃어버린 가족과 명성을 되찾으려한다. 사실, '착한'결말을 제외하면 고든 게코는 돈 때문에 가족인 딸 위나를 미끼로 삼는 모습을 보인다. 가족은 수단, 목적은 돈인 셈. 명성을 되찾기 위해 접근한 인물은 딸의 약혼자이자 전도유망한 월스트리트의 주식중개인 제이콥이다. 스승의 복수를 해야 하는 제이콥은 고든 게코의 등장이 반갑다. 더구나 장인어른과 약혼녀의 관계 회복이라는 사위로써의 임무도 있으니 고든 게코와의 만남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해타산 빠른 이들이 손해 보며 서로에게 접근했을 리가 없다.

 
이야기구조는 전편과 흡사한 모습을 보인다. 하긴 인간이 벌이는 탐욕전쟁이 시간이 지난다고 변할 리가 있나. 하지만 감정의 폭은 더 깊어졌다. 화해와 가족애, 상업영화에서 익숙한 훈훈한 요소지만 돈돈돈 하는 영화에 섞이니 감성의 골은 남달리 깊어 보인다. 아마 이점은 샤이아 라보프라는 스타배우와 더불어 오락영화로써의 합의점이었을 것이다.

 
<머니 네버 슬립스>는 꽤 친절한 영화다. 영화의 흥행을 고려한 감독은 머리에 쥐나는 각종 경제 지식을 거장답게 노련하고 멋지게 그려낸다. 눈높이를 한껏 낮춘 감독의 경제학강의는 친절하고 착하지만 자본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날이 선 시선은 부족한 편이다. 기존 고객보다 새로운 고객, 더 많은 관객을 생각한 감독의 배려로 보인다. 항상 거대담론을 직설적인 화법으로 이야기하던 올리버 스톤감독이었기에 욕심이 묻어난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김샌 도덕적 포장은 두고두고 아쉽다. 나쁘고 냉철한 영화가 되길 바랐지만 투자자의 입김이 감독을 자유롭지 않게 했으리라 짐작만 해본다.

 
눈높이를 낮춘 만큼 경제 이해도 겉핥기식의 단순함에 그친다. 많은 관객들은 부담 없이 보겠지만 깊이 있는 내용을 기대한 관객들을 사로잡지는 못할 것이다. 영화의 내실보다 당장의 흥행이 필요한 제작자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조금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고든 게코의 입을 빌려 금융위기의 원인은 모럴해저드라고 말한다. 모럴해저드. 도덕적 해이, 기회주의적인 행동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고든 게코는 모럴해저드를 "내 돈을 빌려서 투자한 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본주의의 허상을 쫓던 인간들은 그 허상이 사라지면 책임자를 원한다. 그러나 책임자는 애초부터 없었다. 이것이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의 허점이고 한순간 터지고 말 거품 같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올리버 스톤감독은 이런 자본주의 시스템의 맹점과 거품을 쫓는 인간들의 탐욕 자체가 모럴해저드라고 우회적으로 말한다.

 
거품을 일으키는 인간과 아무것도 없는 거품을 향해 달려드는 인간들. 그리고 탐욕은 선이며 합법이라고 외치는 인간들.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 도덕의 빈곤함, 자본주의의 두 얼굴이다.






월 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
감독 올리버 스톤 (2010 / 미국)
출연 샤이아 라보프,마이클 더글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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