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게임' 전설 최동원을 위한, 배우 조승우에 의한
전설 최동원을 위한, 배우 조승우에 의한
한국프로야구사에서 다시 나올 수 없는 명승부, 전설로 남은 1987년 그날의 경기. 당시 전설을 만들고 내리막길을 바라보는 최동원과 전설을 만들고 있는 선동렬, 두 전설이 만들어낸 명승부에 집중하는 영화다. 영화는 200개가 넘는 투구수가 나올 만큼 치열했던, 그 경기의 긴장감을 전해줄 수 있을까.
2대2 경기결과도 뻔히 아는데 화제성만 믿고 스크린으로 대충 옮겨 놓아선 관객의 응원은 받지 못할 것이다. <퍼펙트 게임>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여러 허구로 명승부를 포장한다. 9회 동점홈런, 여기자 출입, 버스방화 등은 영화를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허구이다. 2루타로 동점이 되었고, 당시 여기자는 더그아웃에 출입하지 못했다. 그리고 버스방화사건은 다른 경기였다. 무쇠팔과 고무팔, 두 투수가 벌인 뜨거운 승부만은 사실이다. 이렇게 드라마를 만드는 이야기화법은 그리 세련되지 못하다. 과잉과 여백의 감정조절도 그렇게 매끄럽지 못하다. 중심축이 되는 최동원과 선동렬, 그날의 경기를 제외하면 여러 요소들이 깔끔하게 활용되었단 느낌은 들지 않는다. 두 투수를 응원하는 팬들은 존재감이 없고 경기중계는 경기감상에 방해만 된다. 야구팬이 아닌 관객을 위한 장치, 두 기자는 겉돌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퍼펙트 게임>이 그려낸 명승부는 즐기기에 충분하다. 그것은 두 투수 때문이다. 경기를 끝까지 책임진 두 투수처럼 두 배우도 영화를 끝까지 책임진다. 두 투수를 재현해 내기위한 조승우, 양동근 두 배우의 땀이 그대로 느껴진다. 두 배우의 세심한 노력과 우직한 정면승부가 영화를 재미있게 만든다. 특히 조승우의 연기는 영화 속으로 최동원을 부른다. 눈빛까지 최동원이 된 조승우의 철저함은 영화를 믿게 만든다. 마치 경기 끝까지 마운드를 지킨 에이스 선발투수처럼, 영화 여러 요소의 실책에도 불구하고 조승우가 <퍼펙트 게임>을 마무리 지었다.
때문에 <퍼펙트 게임>은 최동원에 약간 무게가 쏠린다. 지난 9월 세상을 떠난 전설 최동원 선수의 이야기가 회자되면서 조승우가 그린 최동원의 드라마에 더 집중하게 된다. 최동원을 기리는, 최동원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최동원을 철저하게 연기한 조승우에 의해서 말이다. 물론 최동원을 이은 전설 선동렬과 그를 연기한 양동근의 괴력도 빼놓을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한다.
<나는 갈매기>, <투혼>에 이어 세 번째 롯데영화이자 <글러브>로 시작한 올해 야구영화의 마지막이다. (올해처럼 야구영화가 많이 개봉한 적은 처음인 것 같다. 그러나 흥행영화는 많지 않았다.) <퍼펙트 게임>은 이중에서 스포츠영웅을 가장 잘 이야기한 작품이다. 세련된 연출도, 시대정신도, 작전싸움의 재미도 없지만 조승우와 양동근 두 배우의 명연기에 뜨겁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최동원, 선동렬 두 투수의 명승부를 기억하면서.
(故 최동원 선수의 투구와 환호를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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