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atre moai/film rev2012. 8. 4. 10:27

 

 

 

 크리스토퍼 놀란과 배트맨이 보여준 신세계, 그리고 전율

 

 



강렬했던 배트맨의 신화가 지나가려 한다. 팀 버튼에 의해 창조된 팀 버튼 식의 (원작의 연장선 보다는 팀 버튼 작품의 연장선에 있는 듯 한 컬트적 판타지적 배트맨) 배트맨이 한 시대를 풍미했고, 조엘 슈마허에 의해 배트맨의 흑역사가 도래했다. 싸구려 캐릭터로 전락한 배트맨에게는 명예회복 기회가 필요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이 고담시의 새시대를 열기 시작했다. 리얼리즘 스릴러와 히어로물의 만남으로 <배트맨 비긴즈>는 그야말로 근사한 부활이었다. 새롭게 쓰는 배트맨 신화의 절정을 보여줬던 <다크나이트>가 이어 등장하고 놀란과 배트맨이 보여준 신세계에 전율했다. 오락적 재미는 물론 서사, 스릴러, 정의와 사회에 대한 고민과 철학적 메시지에 깊이 있는 주제까지. 영화가 다다를 수 있는 최대의 경지를 보여주며 거의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다크나이트>의 충격에 모두의 찬사가 이어졌고 <다크다이트 라이즈>는 팬들에게 구원의 존재나 다름없었다. 명예회복을 벗어나 히어로물의 역사까지 다시 썼다. (과장 섞어 말하면 히어로물이 아니라 영화계) 놀란의 배트맨은 슈퍼히어로물 그 위의 수준에 있다는 평을 받을 정도. 그리고 드디어 마침내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대가 마무리되려한다. 대미를 장식할 <다크나이트 라이즈>. 강렬했던 놀란표 배트맨 대서사시도 어김없이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마무리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은 모든 것을 거부하면서 모든 것을 아우르는 작품이었다. 특히 <다크나이트>는 걸작이었다. 슈퍼히어로물 혹은 액션블록버스터물들이 갇혀 있던 판타지적 만화적 공식을 거부하면서 오락과 메시지를 모두 담아냈다. 연기, 연출, 한스 짐머의 음악까지 틈을 보여주지 않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집념이 대단하다. 이렇게 긴 러닝타임 내내 잠깐도 눈 돌릴 틈도 안주는 감독이 어디 있던가.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제대로 즐기려면 시리즈 전작 <배트맨 비긴즈>, <다크나이트>를 봐야한다. 단독으로 움직이는 영화가 아니라 시리즈 전체를 하나로 묶는 영화다. 시리즈 간 상호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은 물론 시리즈를 완벽하게 마무리 짓는 역할을 한다. 특히 <배트맨 비긴즈>의 시작으로 돌아가 고담시 전체로 연결시킨다. 우물 속 브루스 웨인의 자신과의 사투, 라즈 알굴의 그림자. 배트맨의 시작은 고담시의 끝이 되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이렇게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나이트>로 이어지며 생성된 많은 이야기들을 아우르며 매듭짓는 충실한 맺음을 해낸다. 때문에 <다크나이트>와의 비교는 무의미하다. (필연적인 비교겠지만) 물론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다크나이트>에 비해 다소 약해보이긴 한다. 하지만 이것은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다크나이트>가 너무 뛰어나서다. 오죽하면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유일한 단점이 <다크나이트>라고 하지 않던가. 사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왠만한 흥행작보다 낫다. 시리즈 각각의 특징으로 시리즈 전체를 하나로 즐기는 것이 맞을 것.

 

 

 

 

웅장한 배트맨 대서사시

 

 

긴 러닝타임 내내 한치의 틈도 허락하지 않는 놀란의 서사 능력은 가히 대단하다. 시리즈 내내 심리스릴러 서사에 집중해왔다. 볼거리에 치중하지 않고도 얼마나 압도적인 스펙타클을 보여줄 수 있는지 놀란은 증명해냈다. 캐릭터들을 그 서사위에서 각각 능동적으로 이야기의 주체가 된다. 한마디로 캐릭터가 살아있다. 히스 레저의 조커에는 못 미치지만 베인 역시 충분히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히스 레저의 조커는 다시 나오기 힘든 엄청난 캐릭터다. 감독도 조커를 대신한다는 것은 기대하지 않았을 것) 캣 우먼도 영화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고 활력을 불어 넣는다.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캣 우먼이다. 진지하고 비장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그녀만의 매력으로 영화를 가득 채운다. 엔딩에서 새로운 서막의 감동을 선사하는 존 블레이크는 영화보다 엔딩 그 후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존 블레이크의 진짜 이야기는 엔딩이 되어서야 시작이지만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관객의 상상으로 이야기를 그려보는 수밖에. 그 외 주조연들도 여전히 인상적인 존재감을 보여준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왠만하면 아이맥스로 즐기는 것이 좋다. 상당량의 분량을 아이맥스로 촬영했고 모든 요소가 아이맥스에 최적화되어 있다. 시리즈팬이라면 제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단연 아이맥스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시리즈 전작을 숙지하고 있어야만 절정의 쾌감을 즐길 수 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절정은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에서 이어지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배트맨 비긴즈>의 서사가 연장되어 이어지고 <다크나이트>의 선악에 대한 메시지가 또 다시 고담시를 장악한다. 영화는 계급과 혁명, 자본주의까지 비춰보게 만드는데 정치적 입장을 떠나 영화가 얼마나 현실사회를 휘젓는 선악과 정의를 그리려고 했는지 다시 한 번 알 수 있는 대목. 하긴 고담시나 현실사회나 어둡기는 매한가지. 우리는 고담시로 변해가는 어두운 사회 속에서 배트맨같은 영웅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신화와 전설을 쓴 놀란의 배트맨 대서사시는 이제 막을 내린다. 배트맨이 그리고 영화가 선사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줬고 애타게 기다렸던 시간을 보상해주는 전율을 다시 느꼈다. 값싸게 전락했던 영웅이 간지폭발 진짜 영웅이 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근사한 부활이었고, 최고의 전율이었고, 우아한 마무리였다.장업하고 웅장하고 때론 거룩하기까지 한 배트맨 대서사시, 놀란과 배트맨이 이룩한 강렬한 신세계 때문에 아마도 적지않은 시간동안 새로운 배트맨 영화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마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할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과 배트맨이 재건 혹은 신축한 신세계에서 벗어나려면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Key: 크리스토퍼 놀란, 배트맨, 다크나이트, 3부작, 부활과 마무리, 현실사회와 히어로, 전율

 

 

(포스터 및 스틸: Daum)

 

 


다크 나이트 라이즈 (2012)

The Dark Knight Rises 
8.2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찬 베일, 마이클 케인, 게리 올드만, 앤 해서웨이, 톰 하디
정보
액션, 범죄 | 미국, 영국 | 165 분 | 2012-07-19

 

Posted by 김귤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