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atre moai/film rev2011. 5. 14. 15:20




소통과 단절이 공존하는 공간


 인간관계에 대한 욕망을 맘껏 쏟아 버릴 수 있는 공간, '페이스북'의 창시자 저커버그는 현실에선 관계맺기에 실패한 인물이다. 머리는 비상하지만 정서는 결핍되어있고 관계에 목말라하며 뭔가 불안해 보인다.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비난받을 만큼 어설프고 성급하기까지 하다. 이런 현실에서의 부재를 인터넷에서 채우려하고, 이 욕망을 '쿨'하게 해소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페이스북'을 창설하기에 이른다. 전 세계 5억 명의 환호를 받고 최연소 억만장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저커버그는 현실에서의 부재를 인터넷에서 채울 수 있을까. 

 최연소 억만장자의 성공담을 이야기하는 착한 드라마였다면 데이빗 핀처 감독에게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이전 작에서 감탄해온 어두움 혹은 삐딱함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역시 그는 기대했던 대로의 결과물을 보여줬고 이번에도 감탄할만하다.

 사실 현실에선 찌질한 괴짜천재의 인생역전기가 뭐 그리 재밌는 이야기겠는가. 그러나 데이빗 핀처 감독은 팽팽한 긴장감의 드라마로 탄생시켜 극의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짧지 않은 러닝타임동안 정신없이 쏟아지는 자막들 속에서 그들의 주고받는 공방전을 지켜보기가 버거워 보이지만 어느새 몰입하게 된다. (감독의 전작에 비해 긴 편은 아니지만) 따지고 보면 앉아서 말싸움하는 것이 반인 이 영화가 긴장감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영리한 연출 때문이다. 흥미진진하고 짜임새 있는 흐름에 영화의 리듬감과 속도감을 살리는 편집, 그리고 저커버그의 1인 영웅담이 아니라 각자의 사연과 입장을 확보해서 영화의 진정성과 객관성을 놓치지 않았다. 


 저커버그의 관계욕망에서 비롯된 '페이스북'에 전 세계가 열광한 것을 보면 관계욕망에 모두가 목말라하고 있는 모양이다. '페이스북', 도토리장수 '싸이월드' 등 온라인 공간에서 저커버그와 우리는 관계욕망을 채울 수 있었을까. 답은 영화의 마지막 저커버그의 모습에 있지 않을까. 'Cool'한 소통이 보장되는 공간, 그러나 'Cold'한 단절에 불안해해야 하는 공간. 소통과 단절이 공존하는 곳, 수많은 1촌과 팔로워들 사이에서 미아가 될 수 있는 곳. 뒤엉켜버린 현실과 온라인에 혼란스러워하면서 허상을 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온라인의 이런 모순을 <소셜 네트워크>는 현실에 비추어 이야기한다. 아니 현실에 비추었다기보다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을 지도 모르겠다. 단절된 그들의 현실 네트워크는 온라인 네트워크와 닮았다. 


 <소셜 네트워크>는 이야기 결과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 속으로 집요하게 파고들 뿐이다. 그들의 모순과 욕망을 바라보며 온라인과 이 시대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다. 결론은 관객의 몫이다. 

 






소셜 네트워크
감독 데이비드 핀처 (2010 / 미국)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앤드류 가필드,저스틴 팀버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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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귤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