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막지할 정도의 지독한 추격
<추격자>의 뜀박질은 <황해>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그 포악한 지독함도 여전하다. 다만 <황해>에선 지독함의 활동무대가 더 넓어졌다. 연변은 구남을 지독하게 괴롭힌다. 황해를 건너 대한민국으로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더 지옥 같은 참혹한 곳이었다.
구남의 굶주린 눈빛이 처절함과 포악함으로 변할 때까지 영화는 당최 쉬는 법이 없다. 영화가 짧은 것도 아니다. 나홍진 감독은 <추격자>에서도 그랬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털썩 지치게 된다. 넘치는 박력과 쉼 없는 질주가 스크린을 뚫고 관객을 제압한다. 결코 지루하진 않으나 집중하다가 기운이 쏙 빠진다. 잔혹함까지 갖추었으니 어떤 이에겐 쾌감을, 어떤 이에겐 질색을 안겨줄 것이다.
이야기가 산만해 보이나 이것은 고의로 이야기에 힘을 실어 넣지 않는 모습이다. <황해>는 사건의 원인과 결과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오히려 영상이 전달하는 이미지의 사실감과 현장감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대충 찍은 장면이 단 한 장면도 없다. 매 장면이 사실적이고 생생하며 처절하다. 차량 추격신과 폭력장면은 사실적이면서도 규모가 크다. 모든 장소와 배경도 예사롭지 않다. 한 장면 한 장면 만들기 위해 엄청난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가. 구남과 면가의 춥고 굶주린 짐승 같은 모습은 연기 같지가 않다. 물론 연기도 탁월했지만 그만큼 몸은 던졌다는 말이다. 지독한 영화를 위해 미치도록 지독하게 영화를 찍었던 모양이다.
<추격자>와 자꾸 비교하게 되는데, (어쩔 수 없는 <황해>의 운명) <추격자>는 단 하나의 사건만 추격해 집중하기 쉬운 이야기였다면 <황해>는 곁가지가 많아서 집중력이 분산된다. 하나의 점으로 모아지지 않는다. 때문에 영화가 끝나도 엉켜버린 이야기의 실타래는 쉽게 풀지 못한다. 긴 러닝타임동안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끝이 썩 개운하지 못한 것은 찝찝한 부분이다. 그러나 찝찝한 현실의 분위기를 영화에 담고자 했다면 생각은 달라진다.
나홍진 감독은 <황해>를 통해 그의 욕심과 부담감을 여지없이 담으려 했을 것이다. 그것은 혹독한 작업으로 이어졌고 지독한 영화를 낳았다. 이렇게 독하게 영화를 만드는 이는 몇 없을 것이다. 덕분에 영화의 에너지는 스크린에서 흘러넘칠 정도다. 나홍진 감독이 추구하는 이야기, 비주얼, 그리고 폭력이 어떤 스타일인지 이젠 알 것 같다. 이것이 대중에게 어떤 반응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감독의 하드보일드 스릴러 세계는 점점 견고하게 구축되어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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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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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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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2010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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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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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김윤석,조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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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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