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atre moai/film rev2011. 7. 5. 01:31




속는 걸 알면서도 볼 수밖에 없다


 변신 로봇들의 액션만 해도 보고 싶어 안달 나겠는데 3D까지 치장했다. 판은 더 거대해졌고 화력은 더 어마어마해졌다. 이거 뭐 안볼 수가 없다. 눈으로 변신 로봇들을 확인한 결과, 3D는 만족할 수준은 아니나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전작과의 간격 2년이란 기간을 볼 때 뽑을 수 있는 3D의 최대치지 싶다.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제작기간 감안하고 보겠단 이야기다. 뭐 굳이 그러지 않더라도 고층 빌딩사이로 낙하하는 장면이나 오토봇과 디셉티콘이 빌딩 사이를 휘젓는 장면은 충분히 즐길만하다. 알다시피 그거 보러갔으니까. 언제 또 볼지도 모르는 변신 로봇들의 찰진 금속액션만 무자비하게 쏟아내 주면 더 바랄 것도 없는 것이다. 역시 눈앞에서 펼쳐지는 로봇 향연에 입이 떡 벌어진다. 엄청난 로봇액션에 감탄하지만 딱히 새롭지는 않다. 변신 로봇의 경이로운 신세계는 1편에서 이미 다 경험했으니까. 다만 압도적인 물량공세의 쾌감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이야기다. 보기 전부터 불안했던 부분이다. 분명 길어진 러닝타임만큼 이야기에 욕심을 내긴 냈다. 오프닝부터 거창하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허나 힘을 잔뜩 준 이야기는 얼마가지도 않아 흐지부지되고 조절 없이 막나간다. 부실해진 이야기위에서 스펙터클한 로봇들의 향연도 흥미를 점점 잃는다. 감탄으로 떡 벌어진 입에서는 어느새 하품이 나온다. 시각적 감탄과 쾌감이 시각적 피곤으로 변하는 것도 한순간이다. 야심차게 준비한 이야기는 결국 러닝타임만 늘리는 민폐만 되고 말았다. 어차피 태생부터 이야기보다 볼거리가 중요한 영화니까 어느 정도 감안은 한다. 그러나 길어진 러닝타임 안에서 엉성한 이야기가 비교적 큰 자리를 차지하니까 영화의 지루함은 그만큼 늘어진다. 차라리 단순하고 유치한 이야기로 쉽게 갔다면 마무리가 시원했을지도 모른다. 욕먹는 건 똑같겠지만
.

 

 부실한 이야기도 대충 예상하는 바였다. 그래도 볼 수밖에 없었다. 보기 좋은 음식이 성대하게 차려져있는데 맛이 있든 없든 맛보지 않고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나. 경이로움과 피로를 동시에 맛보면서 혹은 견디면서 그래도 마지막시리즈가 아니길 바란 이유는 뭘까. 변신로봇에 대한 미련인 것 같다. 영원한 남자의 판타지니까.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이유. 만약 다음시리즈가 나온다면 또 다시 속는 것을 알면서도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글을 쓰는 동안 생각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여주인공은 존재감이 없다. 싸가지 없다던 메간 폭스가 그립다
.)










트랜스포머 3
감독 마이클 베이 (2011 / 미국)
출연 샤이아 라보프,로지 헌팅턴-휘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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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귤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