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atre moai/film rev2011. 8. 8. 01:18





성의 없는 이야기에 괴물도 버티지 못한다


 망한 블록버스터들을 관통하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부실한 이야기. 제작자 윤제균 감독이 이것을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런데 왜 이지경이 되었을까. 윤제균, 자본, 괴물, 이렇게 뭐하나 부족할 것 없는 요소들로 적어도 재미만은 보장될 줄 알았다. 게다가 3D라는 무기까지 장착했다. <해운대>로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했으니 <7광구>도 뭔가 보여줬어야 했다. 관객들은 그렇게 기대했으니 말이다. 그렇고 그런 범작을 만들려고 하진 않았을 것이다. 연기자, 제작진, 3D, 이런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며 적잖은 야심을 보였으니까. 하지만 가장 기본을 간과했다. 충분한 이야기가 없으면 훌륭한 연기도 화려한 영상도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괴물이 아무리 끈질기게 발악해도 그 존재감을 죽인 것은 주인공이 아니라 성의 없는 이야기였다.

 
한국영화사에 한줄 남기겠다는 제작진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 뜬금없는 코미디는 웃기지도 않고 유치뽕 대사는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다. 캐릭터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시간도 주지 않으니 아무리 분위기를 잡은들 유치하게 느껴질 수밖에. 멜로라인은 지루하고 실체가 밝혀지는 부분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오토바이 경주 장면은 억지로 끼워 넣은 느낌마저 든다. 괴물과의 액션장면은 나름 신경써서 만든 티가 난다. 하지만 3D의 쾌감은 부족하다. 역동적인 3D를 구현하기 위해 쏟은 노력에 비해 결과는 적잖이 밋밋하다. 3D는 양보하고라도 액션장면만큼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별로 긴장되지 않는다. 쌓아둔 이야기가 없으니 쉽게 질린다. 갈등과 감정이 부족하니 몰입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진부한 장르공식이라도 따라갔어야 했다. 괴물 역시 <괴물>보다 때깔은 더 좋지만 존재감은 훨씬 없다. 이것도 빈약한 이야기 때문이다
.

 
<해운대><>으로 이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음을 증명한 JK표 블록버스터는 이번엔 극복하지 못했다. 철저히 준비하지 못했고 가장 기본을 놓쳤다. <해운대>가 기술력으로 흥행한 것이 아님을 알 텐데. <7광구>는 실패한 블록버스터들이 갔던 길을 그대로 뒤따르고 말았다. 상업영화에서 이야기가 얼마나 중요한가만 다시 확인했다. 이제 그만 확인시켜줘도 되는데. 지칠 줄 모르고 싸우고 싸웠던 하지원이 안쓰러워 보인다
.




7광구
감독 김지훈 (2011 / 한국)
출연 하지원,안성기,오지호,이한위,박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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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귤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