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atre moai/film rev2012. 10. 14. 21:36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다

 

 

본시리즈의 정체성이자 근본이었던 맷 데이먼과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없다. 본이 없는 본시리즈가 되어버렸다. 때문에 <본 레거시>는 공백을 메우는 것 이상의 새로운 시작을 한다. 정체성이 사라진 본시리즈가 가능하리라 믿은 제작사의 생각부터가 어리석었지만 또 다른 본 시리즈의 시작이 될지도 모르는 일. (제작사는 시리즈의 가능성을 믿었다기 보다 수익성의 가능성을 믿었겠지만) 배우 제레미 레너와 시리즈의 각본을 맡았던 토니 길로이 감독까지 뭔가 구색이 맞춰지는 듯 했다.

 

알맹이가 쏙 빠진 본시리즈를 어떻게 다시 펼쳐나갈 것 인가. <본 얼티메이텀>을 끌어안고 가는 것에 답을 찾으려고 한다. <본 얼티메이텀>과 같은 시간대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데, <본 레거시>의 패착은 여기서 시작한다. 어떻게든 본시리즈를 이어가기 위해 지나치게 본시리즈를 의식하는 것이다. 나오지도 않는 제이슨 본이 주인공 애론 크로스보다 존재감이 더 클 정도다. 제이슨 본을 챙기다 정작 제식구인 주인공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이전 시리즈의 장면들을 자꾸 꾸역꾸역 엮어가면서 이야기의 난해함을 자초한다. 그리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장황한 상황설명에만 한참을 헤맨다. <본 얼티메이텀>을 보지 않은 관객은 더더욱 이해가 힘들 것. 본시리즈와 어떻게든 맞춰보려는 노력은 주인공이 활약할 시간과 이야기가 본 궤도에 오를 시간마저 빼앗아 버렸다. 지금 이야기와 캐릭터는 신경쓰지 않고 과거사에 대한 집착은 몰입도를 아주 제대로 떨어뜨린다.

 

그렇다고 이야기에 많은 고민을 한 것 같지도 않다. 이전 시리즈와 이야기 모양새는 다르지 않으면서 깊이는 잃었다. 본시리즈를 관통했던 주제의식과 무게감, 감성은 온데간데없고 이야기 껍질만 빌려온 모양새인데 그렇고 그런 오락영화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캐릭터 역시 진부하고 가볍다.

 

그나마 액션은 볼만하다. 이전 시리즈와 유일하게 닮은 점은 액션은 속도감이다. 다만 액션은 잇고 매듭짓는 이야기가 약하니 이마저도 재미가 반감된다.

 

차포 다 떼고 정체성을 잃은 채 다시 시작하고자 했다면 없는 정체성 붙잡고 매달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으로 채웠어야 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는 제이슨 본처럼. 지나가버린 정체성을 찾으며 방황하다보니 정작 지금 자신의 정체성마저 잃어버린 영화가 되고 말았다. 본시리즈에게서 받아야할 유산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key: 본리시즈, 본 일티메이텀, 제이슨 본

(포스터 및 스틸: Daum)

 

 

 


본 레거시 (2012)

The Bourne Legacy 
6.1
감독
토니 길로이
출연
제레미 레너, 레이첼 웨이즈, 에드워드 노튼, 조앤 알렌, 앨버트 피니
정보
액션 | 미국 | 135 분 | 2012-09-06

 

Posted by 김귤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