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atre moai/film rev2012. 11. 4. 21:56

 

 

적어도 대결의 밸런스 정도는 맞추자

 

 

통쾌함과 시시함은 한 끗 차이였다. 주인공과 악당간의 밸런스를 맞췄던 <테이큰>에 비해 <테이큰2>는 그 최소한의 밸런스마저 무너졌다. 2008년 <테이큰>을 보자. 인신매매범에게 납치당한 딸을 시급히 구해야 하는 초조함, 딸이 더 위험해지기전에 구해하는 절박함, 어디 있는지 모를 딸을 홀로 찾으며 뛰어들어야 하는 처절함이 있었다. 천하무적 주인공 브라이언과 무능력 악당들(주인공에 비해) 간의 균형은 이런 상황으로 맞출 수 있었다. 악당들이 비리비리할지라도 주인공에게 충분히 위기감을 안겨줬다. 이는 부성애라는 복수의 당위성과 드라마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테이큰>의 액션이 통쾌하고 짜릿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테이큰2>는 어떤가. 주인공 브라이언은 더 강해졌다. 전화 한통으로 딸을 여전사로 만들어 버리는 초능력까지 겸비하셨다. 하지만 악당들이 부실한건 그대로다. 시작부터 폼잡고 ‘우린 1편보다 더 강한 놈들이야.’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대단한 복수를 할 것처럼 설레발을 떨지만 불쌍할 정도로 형편없다. 주인공보다 악당이 걱정될 정도다. 게다가 1편에서의 절박한 상황마저도 없다. 악당들은 주인공의 손아귀에서 차례차례 쓰러질 뿐이다. 보통 인간 대 슈퍼히어로의 대결 같다. 게임할 때 치트키를 써서 플레이하면 참 싱겁더니 딱 그 느낌이다.


그래도 리암 니슨의 논스톱 맨몸액션을 즐겁게 봤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쉼 없는 액션의 박진감만큼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를 그나마 충족케 한다. <테이큰>시리즈의 핵심이자 매력은 앞뒤 볼 것 없이 모조리 쓸어버리며 초토화시키는 액션퍼포먼스에 있으니까. (뤽 배송의 손을 거친 모든 액션영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형편없는 악당까지.)


<테이큰2>는 1편과 이어져야 한다는 의무감과 다음시리즈를 이어야 한다는 압박에 이야기는 어정쩡해졌고 복수의 이유도 애매해졌다. 게다가 주인공과 악당간의 밸런스도 붕괴되었으니 긴장감이 약해질 수밖에. 속편은 부디 앞뒤 재지 말고 냅다 내달리는 <테이큰> 본연의 매력에 충실하길, 그리고 형편없는 악당들에게 신경 좀 쓰길. 더 강한 액션을 위해선 더 강한 악당이 필요한 법.

 

 

key: 리암 니슨, 악당, 액션

 

(포스터 및 스틸: Daum)

 

Posted by 김귤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