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atre moai/film rev2011. 6. 21. 15:29



신나는 고전놀이


 J.J.
에이브람스는 영화를 꿈꾸던 시절로 돌아가 실컷 놀았을 것이다. 재미삼아 이리저리 끼워 맞춘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것이고 그는 생각난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대로 한판 놀았다. 스필버그가 판을 깔아주고 스필버그의 이야기 창고도 개방했다.

 <클로버필드>, <E.T.>가 손잡은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루고 여기저기 고전영화들을 레고처럼 끼워 맞췄다. 아이들이 슈퍼8’카메라로 찍는 영화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좀비물이 연상되고 폭발담당 캐리에게선 <캐리>의 주인공이 언뜻 보인다. 국가와 외계인의 관계는 <디스트릭트 9>을 떠올리게 만들고 아이들의 어드벤처는 <구니스>를 생각하게도 한다. 심지어 후반 외계인의 지하 동굴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머리를 스쳐간다. 생각난 것만 이 정도다. 아마 감독은 더 많은 영화를 그것도 고전들을 여기저기 재미있게 숨겨놨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하나 찾으며 킥킥대며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슈퍼 에이트>가 재밌는 것은 많은 고전을 재미삼아 덕지덕지 끼워 맞췄음에도 전혀 조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버라이어티한 장르도 산만한 느낌이 없다. 드라마, 모험, 성장, 괴물, 코미디, SF가 맘껏 비벼져 있다. 이야기를 이어붙이는 화법도 고전적이다. (낡았다는 표현보다 클래식하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현대감각의 영상으로 탄생한 혹은 재탄생한 고전오락영화다

 물론 영화와의 공감대가 얇다면 재미의 강도는 상당히 약할 것이다. 찾으며 발견하고 아는 만큼 감흥은 커지기 때문에 가볍게 블록버스터 영화를 즐기려 했다면 낚였다고 생각할 것이다. 영화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관객은 물론 공감대가 더 약할 수밖에 없는 어린 세대에겐 효과가 더 약할 것이다. 줄거리나 리뷰를 찾아서 읽지 않는다면 슈퍼8’이 뭔지 아는 것도 지금 세대에겐 쉽지 않은 일. (나도 뒤늦게 알았지만) 그리고 워낙 여러 가지가 섞여있어 이야기가 한번 씩 어쩔 수 없이 튄다. 그 정도야 귀여운 이야기에 숨어 티도 안 나지만 결말이 영화의 유쾌한 정체성에 비해 심심한 편이라 조금 아쉽다. 스필버그 영화가 착한 결말을 선호하는 것은 알지만 그것이 <슈퍼 에이트>의 결말이라 개인적인 아쉬움을 숨길수가 없다. 그러나 J.J. 에이브람스 감독은 이 모든 단점(누구에겐 장점)일수도 있는 점조차 영화의 일부처럼 안고 간 것 같은 인상을 보인다. 신나는 고전놀이에 그냥 즐기며 넘긴 모양이다.

 J.J. 에이브람스는 본인의 놀이를 남들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그도 신난 만큼 관객도 신난다.(물론 아닌 관객도 분명 있을 것.)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그의 어린 시절일지도 모른다. 암튼 그의 귀여운 고전놀이에 그의 재능을 유쾌하게 확인했다.







슈퍼 에이트
감독 J.J. 에이브람스 (2011 / 미국)
출연 조엘 코트니,엘르 패닝,카일 챈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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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귤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