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atre moai/film rev2011. 6. 7. 21:32





지옥 같은 현실은 악마를 만들었다

 

 

 단지 내 집 마련이 꿈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로 얼룩진 홍콩은 라이의 꿈이 설 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잔인한 세상, 라이는 꿈을 지키기 위해 잔인해져야 했다. 피범벅이 된 라이가 처량해 보이는 건, 피비린내 나는 그녀보다 세상이 더 잔인하기 때문이다.

 
학살 장면의 재치와 잔인무도만큼은 단연 으뜸이다. 사지절단 영화에 내공이 쌓인 이들에겐 쾌감이겠지만 익숙하지 않거나 꺼리는 이들은 상당히 불편할 것이다. 견디기 힘들만큼. (한 노부부는 보다 못해 나가기도 했다.)

 
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선 <경박한 일상>으로 찾아와 주류영화에서 보기 힘든 감각을 뽐내던 팡호청 감독. 코미디에서 호러, 전혀 다른 색깔의 영화로 나타났음에도 그의 범상치 않은 재치는 영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갈기갈기 찢어지고 피가 흥건한 장면에서도 감독의 창의적(?)살해 연출은 정말 인상적이다. 유머까지 있다. 흘러내리는 자신의 내장으로 보며 담배를 입에 물고 짜증내는 모습을 보고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살해연출도 좋지만 이야기구조도 좋다. 19금 살인영화다운 살인 장면이 인상적인 것은 차츰차츰 쌓여가는 배경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유와 결과가 번갈아 영화를 채워가면서 감정의 폭과 깊이는 더욱 커진다. 실화가 가져 다 주는 진정성과 이야기의 힘도 크지만 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감독의 화법도 영리하다. 그리고 무심하게 살인을 하고 이걸 또 무심하게 바라보는 카메라.

 화려한 기교는 없지만 , 사실 잔인함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는 것만큼 잔인한 것도 없다.

 
슬래셔 영화 팬들에게도 추천할 만하지만 대중영화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일단 재밌으니까. 물론 비위가 약해 잔혹함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에겐 절대 금지.

 
비극적인 선택이었지만 궁지로 내몰린 그녀에겐 살아보려는 발악이었다. 생존이 아니라 욕망이 초래한 결과라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글쎄, 이 무서운 세상에 욕망 없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물론 어떠한 이유로도 살인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드림홈>은 숨 쉴 틈 없이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사이에서 숨 쉴 틈 없이 살아가는 인간을 보여주며 모순으로 가득한 관계들을 말한다. 높은 건물에 가려 하늘이 보이지 않는 지옥 같은 현실. 극단적인 이야기지만 이것은 실화이고 처음 접한 홍콩의 실화가 어색하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더 극단적인 현실을 우리는 뉴스로 보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런 미친 이야기가 실화라는 것은 현실은 더 미쳤다는 이야긴데. 어쩌면 미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진짜 미친 짓일지도 모르겠다.

 


 

드림홈
감독 팡호청 (2010 / 홍콩)
출연 하초의,진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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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귤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