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atre moai/film rev2011. 9. 25. 20:00



피부에 와 닿는 공포

 <컨테이젼>은 치명적인 전염병이 세상을 휩쓸 때 현실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이외엔 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영화다. 많은 관객이 기대할만한 드라마도 영웅도 등장하지 않는다. 주요인물도 뜸들이지 않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래놓고 죽음에 대한 감정을 소비할 틈도 주지 않는다. 부인이 죽은 상황에서 남편의 눈물보다 절개된 두개골과 바이러스 분석에 더 집중하는 영화인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게다가 이야기도 딱히 새롭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많은 바이러스 재난영화에서 익히 등장하는 장면과 메시지, 이야기가 어김없이 나열된다.

 영화는 이 절체절명의 상황을 철저하게 덤덤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기록한다. 다큐로 느낄 관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컨테이젼>은 다큐 그이상의 존재감이 있다. 많은 관객이 말했듯이 극적인 장치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극적인 공포를 만들어 낸 것. 너무나 사실적이라 두려움이 실질적으로 와 닿는 것이다. 현실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현실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공포는 그 어떤 호러보다 두려움이 몰려온다. 신종플루, 사스 등 뉴스를 통해 보아오고 생활 속에서 겪은 공포가 <컨베이젼>에 전염되어 나를 다시 위협하는 느낌, 그야말로 피부에 와 닿는 공포다.

 영화는 스크린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얼굴로 향하는 손이 신경 쓰이고 손을 씻고 싶어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영화의 두려움은 현실까지 뻗어져 나왔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지금 현대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이 집어냈다.

 정의의 영웅도 만인을 구한 인류애도 없지만 <컨테이젼>의 인물들이 그렇게 따뜻해 보일수가 없다. 지금은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 그대로의 모습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떠한 상상력보다 덤덤하게 현실을 비추는 것이 더 무섭다니, 사실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도 보통 용기로는 힘들 것 같다.




컨테이젼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2011 / 미국)
출연 마리안 꼬띠아르,맷 데이먼,로렌스 피쉬번,주드 로,기네스 팰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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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귤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