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atre moai/film rev2012. 6. 14. 23:32

 

 

 

에이리언의 유전자를 이식받은,

에이리언 오디세이

 

 

 


‘드디어’란 단어를 몇 번이고 써서 소개해야 할 <프로메테우스>가 드디어 모습을 공개했다. 추측과 소문이 난무했다. <프로메테우스>에 던지는 질문은 크게 3가지다. <에이리언>의 프리퀄인가. 에이리언은 어떻게 탄생했나. 스페이스쟈키는 어떤 존재인가. 과연 <프로메테우스>는 이 질문들에 충실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충실했지만 결코 속 시원하지는 않았다.

 

이야기부터 보면 그리 대단할 것도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수준이다. 고대문명의 외계인전파설, 지적설계론은 SF팬들에겐 조금 낡은 소재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창조한 에이리언 세계관에 감독 자신이 외계인전파설을 접목시키는데, 중요한 것은 꽤 그럴 듯 하다는 것이다. 완벽하게 논리적이진 못할지라도 말이다. 리들리 스콧의 장엄한 연출은 인류의 기원과 스페이스쟈키의 비밀을 풀어가면서 더 거대한 세계를 창조해낸다. 이것은 분명 이야기의 힘이 아니라 연출의 내공이다. 이 때문인지 영화 내내 생각나게 한 영화는 <에이리언>이 아니라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였다. 그도 그럴 것이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생각나게 하는 장면들과 인류의 기원에 대한 떡밥이 에이리언을 잠깐 잊게 만들었다.

 

 

 

 

압도적인 시각적 쾌감

 

 

다층적 해석과 깊은 철학의 영화로 보이지만 그다지 풍부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단순하지도 않지만. 영화는 의외로 친절하고 의외로 쉽다. 뭐 던져준 떡밥에 다양한 맛의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에이리언 시리즈를 몰라도 장르영화로 봐도 꽤나 흥미진진하다. SF호러의 재미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태생부터 감독의 전작과 비교당할 운명이다. 아쉽게도 <블레이드 러너>와 <에이리언>과 비교하면 완성도와 깊이가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후에 재평가 받을 지도 모르지만) 인류의 기원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풀어내기에 이야기는 조금 힘이 떨어진다. 캐릭터의 매력도 아쉽다. 캐릭터의 몇몇 행동은 뜬금없다.

 

그래도 끝까지 눈을 못 떼게 만드는 것은 역시 감독의 내공 덕분이다. SF와 호러, 서스펜스 장르적 쾌감은 대단할 정도다. 그리고 시각적 쾌감은 가히 압도적이다. 3D로 체험하는 광활한 우주는 그야말로 경이롭다. 아이맥스로 다시보고 싶을 정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환상적인 쾌감은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역시 장인의 작품이다.

 

 

 

 

프리퀄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

 

 

결말은 다소 시원하지 못하고 종교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소심함은 답답해 보인다. 기존의 이론과 종교를 모두 부정하는 가설임에도 탐사를 이끄는 과학자 엘리자베스 쇼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조물주는 외계인일 뿐 이라는 것을 발견해도 “인간을 만든 창조주를 창조한 존재가 있을 것.”이라며 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아마 여기서 많은 해석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종교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소심함으로 해석될 수도, 종교가 존재하길 원치 않는 인간의 모습으로 해석할 수도, 특별하지 않은 인간이란 존재를 끝내 부정하려는 몸부림으로 해석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암튼 이것저것 아쉬운 빈공간은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해소되리라 기대한다. (물론 다음시리즈가 나온다는 가정 하에)

 

엔지니어 리들리 스콧은 제 이름값에 걸맞은 장엄한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해냈다. 이 세계를 <에이리언>프리퀄이라 부르는 이도, 독자적인 <프로메테우스>만의 세계라 부르는 이도 있을 터. 둘 다 맞는 말이다. 프리퀄이면서 새로운 세계다. <에이리언>의 유전자를 이식한 창조임엔 틀림없다. (자세히 따지면 따질 부분이 있지만 큰 그림만 보면 프리퀄이 분명하다.)

 

 

 

 

대서막이 될 것인가

 

 

리들리 스콧이 장엄하게 창조한 세계 1편. 화려하고 견고해진 제임스 카메론의 2편. 반항적이고 속 썩이지만 그래도 용서할만한 3편.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판을 망쳐놓고 시리즈 팬들에게 버림받은 4편. 받아준 적도 없는데 후배라고 주장하며 에이리언 세계를 지 놀이터로 만들어 놓은 막장 <에이리언 vs 프레데터>까지. 막장 놀이용 캐릭터로 전락해버린 에이리언. 보다 못해 창조주 엔지니어 리들리 스콧이 나섰다. 판을 새로 짰고 이제 다시 견고히 쌓아 올리려 한다. 역시 리들리 스콧다운 복귀이자 시작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의 유전자를 받고 새로 태어난, 에이리언 오디세이인 셈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이제껏 끝없이 반복된 질문에 대한 속 시원치 못한 나름의 대답으로 정리 될 것인가. 에이리언 오디세이의 대서막이 될 것인가. 물론 후자가 되길 바란다. (하지만 속편 제작 가능성이 높지는 않아 보인다.)

 

 

 

 

#스포있음!!#

 

다양한 해석놀이를 위해 떡밥을 던져주는 영화, 그럴듯하고 생각할 거리가 많아 이 점이 재밌다.

 

(주관적 해석)

 

-초반 희생된 엔지니어의 정체는?
지구의 강에 자신의 DNA를 남기며 인류를 탄생시킨다. 지구의 생명은 강, 바다에서 시작했다고 하니. 프로메테우스가 된 이 엔지니어는 후반 탐사대를 공격하는 엔지니어와는 다른 부류로 보인다. 우주선 모양도 다르고 복장도 다르다. 아마 전자는 승려, 후자는 군인 정도로 보인다. 인류를 탄생시키고 지키려는 집단과 파괴시키려는 집단으로 나뉠 것이라 생각된다. 지키려는 엔지니어를 신, 파괴시키려는 엔지니어를 악마로 볼 수도 있겠다.

 

-왜 인류를 몰살시키려고 하나?

자신들이 창조한 인류의 진화와 발전 그리고 공격성에 두려움을 느꼈을 것. (혹은) 엔지니어가 창조한 인류와 에이리언. 인류를 만든 집단과 에이리언을 만든 집단 간의 대립으로 전자는 궁지에 물리게 되고, 후자는 인류를 만든 엔지니어는 물론 인류마저 없애려고 한다. 후자는 전투력이 강한 집단이라 예상. 그리고 인류에게 초대장으로 보내는 쪽은 전자라 예상, 그래서 인류에게 도와달라는 메시지라 추측. (혹은) 자신을 숭배한 고대 인류와는 달리 진화하고 역사가 흘러갈수록 자신들을 잊고 종교를 만들어 숭배하는 인류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급기야 인간은 스스로는 창조주라 부르며 신의 권위에 도전한다. 그런 인간의 교만에 엔지니어는 분노를 느꼈을 것. (혹은) 인류 탄생은 계획에 없던 사고다. 인류를 만든 엔지니어는 그들의 룰을 어긴 것. 에이리언을 만들려던 엔지니어에게 인류는 처리해야 할 걸림돌이자 실패작.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 그들을 완벽한 성공작 에이리언으로 실패작 인류를 없애려 한다.

 

 

 

 

 

-왜 인류를 만들었나?


“그냥 능력이 되니까”
인간이 안드로이드를 만든 이유. 호기심에, 필요해서 만들고 필요 없으면 없애버린다. 엔지니어 역시 마찬가지다. 거대한 의미를 두는 것은 피조물 입장에서다. 창조주 입장에선 그저 그런 능력이 되니까. 궁금하니까. 필요하니까.

 

-검은 액체의 정체는?
프로메테우스의 ‘불’. (불은 인류일 수도 있겠다.) 접촉하는 모든 숙주를 굉장히 빠르게 변형시키는 물질로 보인다. 그리고 빠르게 진화한다. 숙주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는 것으로 보이며 제노모프는 진화의 한 종류로 추측된다. 사실 검은 액체는 어떻게 해석을 해도 허점이 있다. 그래서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고 보는 사람마다 해석도 다르다. 혹시 리들리 스콧도 검은 액체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아닐까. 제대로 설명해줄 생각도 없었고. 감독도 관객도 엔지니어도 에이리언도 탐사대로 모르는 검은 액체. 굳이 밝혀질 필요는 없는 것인가.

 

-데이빗은 왜 검은 액체를 할러웨이에게 먹이나?


“모든 자식들은 아버지가 죽기를 바라죠.”
데이빗은 인간을 동경하는 동시에 증오한다. 그리고 데이빗은 고대어와 벽화를 모두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액체의 정체를 알고 있다. 데이빗은 자신을 창조한 인간처럼, 창조와 파괴에 대한 욕망이 있어 보인다. 자신의 아버지, 인간을 넘어서고 싶어 하는 것이다. 감정이 없다며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자유의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할러웨이가 툭툭 내뱉은 말에 데이빗은 인간에 대한 증오가 더 커졌을 것. 액체에 번식능력이 없다고 판단, 엘리자베스 쇼와 연인사이인 할러웨이를 택하고. 검은 액체를 먹인 뒤 데이빗은 성관계여부를 확인하려 한다.

 

-엘리자베스 쇼는 왜 신들의 행성으로 향했나.
인류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인류를 없애려는 신들을 막기 위해? 후자로 생각된다. 신들이 인류를 몰살시킬 것이라는 계획은 안 이상 그것을 막고 싶을 수도 있고 연인에 대한 복수도 함께 했을 수도 있다. 신들의 행성을 에이리언으로 난장판으로 만들 것이라 예상. 신이고 뭐고 이길 것이다. 주인공이니까.

 

 

<에이리언1>의 스페이스쟈키

 

 

-데이빗은 엔지니어와 무슨 대화를 나눴나?
그대로 통역 했을 것 같지는 않다. 그 외엔 사실 모르겠다. 다만 안드로이드 데이빗을 보고 신을 흉내 내는 인간에게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무차별 공격을 가한 뒤 인류를 몰살시키려는 임무완수를 위해 지구로 서둘러 떠나려 한다.

 

-<에이리언1>의 리플리가 도착한 행성이 이곳인가.
<에이리언1>의 스페이스쟈키와 같아 보이진 않는다. <에이리언1>에선 조종석에서 숙주가 되고, <프로메테우스>에선 엘리자베스 쇼를 쫓다 숙주가 된다. 억지로 연결시킨다면 할 말 없지만. 이어지지 않음에도 억지로 연결시켜 엘리자베스 쇼가 남긴 메시지를 듣고 노스트로모호가 이 행성에 도착하게 된다고 가정하면, <에이리언1>의 스페이스쟈키는 우주선 내 다른 엔지니어 일수도. (혹은) 같은 행성이라기엔 아귀가 맞지 않는 점도 많고 가장 중요한 것은 노스트로모호가 도착한 행성은 lv426 프로메테우스호가 도착한 행성은 lv223이다. (숫자가 정확한진 모르겠지만 분명 다르다.) 리플리가 도착한 행성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다른 행성이라 생각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Big things have small beginnings." 이 말이 모든 질문에 대한 메시지를 주는 것 같기도 하다. 

 

 

 

 

key: 프로메테우스, 에이리언, 리들리 스콧, 인류의 기원, 우주, 인간, 신

 

 

(포스터 및 스틸: Daum)

 


프로메테우스 (2012)

Prometheus 
6.9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누미 라파스, 마이클 패스벤더, 샤를리즈 테론, 로건 마샬 그린, 가이 피어스
정보
SF, 스릴러 | 미국 | 123 분 | 2012-06-06

 

 

Posted by 김귤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