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된 건 때깔뿐
렌 와이즈먼 감독은 1990년의 <토탈리콜>을 리콜하기 위해 무엇을 고민했을까. 때깔, 오직 발전된 CG였던 것 같다. 늘 그렇듯 ‘때깔’만 신경 쓴 리메이크는 좋은 소리 듣기 쉽지 않다. 압도적인 볼거리를 보여준다면 또 모를까.
하지만 그 볼거리조차 인상적이지 않다. 주요 액션장면들은 여기저기서 많이 본 듯하고 볼거리의 쾌감 또한 충분치 않다. 하긴 감독의 전작에서도 새로움은 없었다. 리메이크를 하기위해선 볼거리에서도 많은 고민을 해야 했을 것인데, 그저 그런 액션영화 한편 만들기 위해 리메이크를 시도한 것은 무리수인 듯싶다. 1990년 <토탈리콜>에게 그동안 발달한 CG기술력을 자랑하고 싶었던 걸까.
고민이 없다
설정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긴 했다. 화성이 아니라 지구의 식민지가 무대가 되며 중력열차라는 것이 등장한다. 꽤 흥미로운 설정이다. 근데 딱 그뿐이다. 1990년 <토탈리콜>의 충격적이고 낭만적인 매력이 사라진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괴기함과 잔인함으로 구현되었던 <토탈리콜>의 파괴력은 낮아진 등급에 걸러지며 파괴력도 확 낮아졌다. <토탈리콜>의 매력이 뭔지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다. 아무 고민 없이 덧칠한 CG로는 리메이크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냥 범작일 뿐이다.
새로운 설정을 보이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폼’만 잡았을 뿐 폴 버호벤의 <토탈리콜>을 그대로 재연하는 수준에서 그친다. 지구의 식민지로 공간을 옮기며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듯 보이지만 그다지 해석할 거리도 상징될 거리도 없다.
압도적인 볼거리가 아니라면 원작에 대한 해석을 제대로 했어야 했다. 원작을 본 관객이라면 그 기괴함과 잔혹함이 어떻게 재해석되었을지 궁금했을 것이다. 2012년 <토탈리콜>은 그런 관객들조차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한 세기가 끝나기 10년 전 인류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컬트적 기괴함으로 표현한 1990년 <토탈리콜>은 시대적 상황과 메시지가 맞아 떨어진 영화였다. 2012년 <토탈리콜>은 1990년 <토탈리콜>의 응답을 받기위해 시대적 리메이크에 대한 고민도 하지 않았다. 응답하라 1990을 외쳐보지만 응답할 리가 없다. 아니라면 적어도 원작이 가지는 컬트적 매력이라도,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적~~어도 놀라운 볼거리라도 고민했어야 했다. 원작의 여러 장면을 많이 참고한 것처럼 보이지만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모양새다. 정작 더 많이 참고한 영화는 감독의 전작 <언더월드>로 보인다.
Key: 리메이크, 토탈리콜
(포스터 및 스틸: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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