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보단 캐릭터들 보는 재미
각각 다른 기술을 가진 도둑들이 팀을 이뤄 카지노를 턴다. 도둑 기술자들, 팀플레이, 카지노. 자연스레 <오션스 일레븐>이 생각나겠지만 <오션스 일레븐>류의 영화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도둑들>은 <오션스 일레븐>보다 최동훈 감독의 전작 <범죄의 재구성>, <타짜>의 연장선에 있는 영화라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오션스 일레븐>은 작전과 팀플레이, 팀워크 중심의 쿨하고 게임 같은 도둑질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돌아간다면 <도둑들>은 배신과 복수, 각자의 사연과 드라마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흘러간다. 물건 훔치는 것 말고는 닮은 점이 없다.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한 팀플레이의 쾌감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것이다. 도둑들의 이야기라기보다 복수를 둘러싼 음모와 배신의 이야기다.
캐릭터의 활력
그래서 긴장감과 재미는 도둑질보다 음모와 배신에서 더 생성된다. 때문에 각자의 개인사에 눈길을 더 많이 둔다. 게다가 많은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생동감 있게 잘 살렸다. 마카오 박, 뽀빠이, 씹던 껌, 펩시, 예니콜, 잠파노, 앤드류. 특성에 맞는 재밌는 네이밍도 캐릭터의 활력에 일조한다. 영화의 활력은 팀플레이 범행보다 캐릭터들이 발산하는 매력에 있다. 그리고 캐릭터들 간에 벌어지는 드라마와 액션이 영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도둑질장면보다 액션장면이 흥미진진하니 뭐. 인물들 간 감정과 드라마는 다소 진부하고 상투적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캐릭터들은 비록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동훈 감독과 화려한 캐스팅의 조합으로 기본은 하는 모습. 최동훈 감독은 어느 캐릭터 하나 놓치는 법이 없다. 하나하나 생생하게 속도감있게 살려낸다. 캐릭터 중에는 단연 예니콜 전지현이 돋보인다. 예니콜은 엽기적인 그녀의 범죄버전이라 할 수 있는데, 전지현은 아무래도 혈기발랄(?)한 캐릭터가 딱 맞는 모양이다. 임달화와 씹던 껌 김해숙 커플도 가장 인상 깊다. 주 러브라인보다 더 애틋하다. 비록 이 둘의 관계가 커플의 최후 장식용에 불과 한 것 같은 인상을 받긴 했지만.
김새는 도둑질
캐릭터들 간의 서사는 활력 넘치고 흥미진진하다. 반면 도둑질의 쾌감은 떨어진다. 영화제목이 ‘도둑들’이니 기발하고 스릴 넘치는 범행을 기대하기 마련. 하지만 영화는 범행이 시작되면 힘을 잃는 모습을 보인다. 감독의 의도가 따로 있더라도 말이다. 이름 꽤나 날리는 도둑들의 모임치곤 허술하고 밋밋하다. 캐릭터만큼의 아이디어도 범죄 작전에는 보이지 않는다. 캐릭터들의 장기도 뭔가 보여주다 마는 인상을 받는다. 이렇게 도둑들 영화에 ‘도둑’이 약하니 적잖이 김새는 건 어쩔 수 없다. 화려한 캐스팅에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만큼 손에 땀을 쥐는 팀플레이 범행을 관객들은 기대했을 것. 차라리 캐릭터간의 서사에 초점을 맞출 거라면 캐릭터를 줄여 캐릭터들 간의 관계에 집중했으면 더 나았을 거란 생각도 든다. 많은 캐릭터들에 대한 의무감 때문에 이야기 과정에 다소 산만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동훈 감독만큼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감독도 드물기 때문에 이런 아쉬움도 남는 것.
그래도 재미있으니까
차라리 <도둑들>을 <범죄의 재구성>, <타짜>에 이은 최동훈 감독의 범죄시리즈로 보면 영화는 더 만족스러울 것이다. 생생한 캐릭터, 리듬감, 기술자 그리고 복수와 배신. 최동훈 감독의 범죄영화 세편을 관통하는 요소가 많다. 그 공통점과 변화를 발견하며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 무엇보다 그의 범죄영화는 ‘재미’있으니까.
아쉬운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둑들>은 재미있는 오락영화다. 오락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분명 <도둑들>은 찬사를 보낼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즐기기엔 더 없이 풍족한 영화다. 역시 최동훈 감독의 영화는 어김없이 또 재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최동훈 이름 석 자만 보고 기꺼이 값 지불하며 영화 보는 것 아니겠는가.
-정작 도둑질의 쾌감까진 훔치진 못했지만 그래도 캐릭터들의 이야기에는 빠질 만 했다.
Key: 범죄영화, 도둑, 최동훈 감독, 화려한 캐스팅, 캐릭터
(포스터 및 스틸: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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