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의 힘, 배우의 힘
강풀원작의 영화화는 항상 같은 우려와 기대를 낳았다. 강풀원작은 가장 큰 힘이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 빈틈없이 탄탄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영화화되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의 매력적인 소재. 걸림돌은 여기에 있다. 웹툰 장면 장면 유기적으로 연결된 짜임새와 쉽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대중적인 화법. 많은 관객들은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한편을 본거나 다름없다. 때문에 꽤나 부담스러운 각색 작업이 될 것. 재해석할 시도는 엄두도 못 내고 원작을 충실히 스크린으로 옮기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흥행이 되든 안 되든 강풀원작의 영화는 늘 이랬다. 흥행이 안 되더라도 철저히 외면 받는 수준도 아니었고 흥행이 되도 뭔가 아쉬운 점이 있었다. 흥행이 된 영화와 더불어 모든 영화가 어느 정도 관심을 모은 것은 온전히 원작의 힘 그리고 배우의 힘이었다. 또한 원작과는 달리 ‘어중간한 맛’을 지니게 된 것은 영화가 원작의 ‘그림’을 그대로 옮기고 압축하는 것에만 급급했지 원작의 감성을 스크린으로 담아내는 데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강풀원작의 영화는 이렇게 모두 같은 모양새였다. 감독의 연출에 의한 영화가 아닌 강풀웹툰에 의한 영화. 때문에 완벽한 각색은 없었다. 원작과 배우의 힘으로 간신히 끌어올린 절반의 성공정도만 있었을 뿐.
적절한 캐스팅
<이웃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스크린과 웹툰의 성격은 분명 다르다. 웹툰에선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던 캐릭터들도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진 뒤에는 따로따로 겉도는 느낌이다. 드라마와 스릴러의 감성도 서로 섞이지 못한다. 그럼에도 만족할 만한 재미를 느꼈다면 이 역시 온전히 원작의 배우의 힘이다. 사소한 단점정도는 다 커버할 만큼 쉽고 흥미로운 설정과 캐릭터 덕에 이야기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정리된다. 이 맛에 강풀원작을 영화화하는 건가. 게다가 웹툰을 그래도 옮겨놓은 듯한 적절한 캐스팅과 넘치는 연기가 영화전체를 지탱한다. 캐릭터와 배우의 싱크로율이 이 영화의 최대강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강력범죄가 매일 신문 앞면을 가득 채우는 요즘 동네에서 매일 가까이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 복잡해지는 사회 속에서 고립되어 살아가는 현대인들. <이웃사람>은 그래서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단절과 단절, 하지만 끝내 소통의 희망과 의지를 보여주는 사람들. 이 의미를 제대로 살려주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강풀원작의 영화화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강품의 작품이 계속되는 한. 그의 작품은 영화화되지 않고는 못 배길정도로 매력적이니까. 어김없이 아쉬움을 남겼던 영화들이 계속되었지만 원작의 마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대하게 된다. 다음엔 부디 웹툰의 압축이 아니라 재탄생이 되길바라며.
(더불어 강풀님 트윗의 폭풍같은 야식사진만큼이나 강풀님의 꾸준한 작품활동 계속되길 바람.)
(스틸 및 포스터: Daum)
Key: 강풀, 웹툰, 원작, 이웃사람, 캐스팅, 배우
'Theatre moai > film rev'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본 레거시'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다 (0) | 2012.10.14 |
---|---|
'공모자들' 끝까지 밀어붙이는 냉혹함, 그 뚝심 (0) | 2012.09.28 |
'토탈리콜' 리메이크된 건 때깔뿐 (0) | 2012.09.08 |
'도둑들' 도둑질보단 캐릭터들 보는 재미 (0) | 2012.08.15 |
'다크나이트 라이즈' 크리스토퍼 놀란과 배트맨이 보여준 신세계, 그리고 전율 (0) | 2012.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