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수의 감성, 창정의 연기
임창정만의 전매특허 캐릭터연기, 궁상맞은 소시민 혹은 삼류인생을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것이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연기자의 길을 걸어가려면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힐 필요가 있음을 느꼈을 테고 그의 캐릭터가 약발이 다된 것은 아닌가 하는 위기감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최근 <공모자들>에서의 연기변신은 뭔가 전환점이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연기변신도 물론 멋졌고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창수>는 그의 캐릭터가 아직 유효함을 보여줬다. 주로 로맨틱코미디에서 소모되었던 그의 캐릭터가 정통느와르를 만나 다시 에너지를 발산한 것. 그의 필모에 정통드라마가 없는 것은 아니나 임창정이란 이름 뒤에 따라오는 대표작은 코미디인 것이 사실이다. 가볍게만 보였던 캐릭터는 알고 보니 정통느와르의 감성을 소화할 수 있는 깊이가 있었다. 임창정의 캐릭터는 창수의 짠한 감성과 삶까지 품을 여력이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그의 캐릭터는 아직 원가 더 보여줄 것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연기변신도 좋지만 임창정만의 ‘연기’를 아직은 놓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다면 <창수>는 임창정의 대표작이 될 만한 영화인가. 그의 필모를 장식하기엔 아쉬운 점이 많은 영화다. 제2의 파이란을 꿈꾸고 있지만 꿈꾸는 데만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감정을 차근차근 쌓아올려 큰 파도를 이루어야 할 텐데 <창수>는 그 중간과정이 부족하다. 감동을 위한 관객과 교감하는 준비과정이 부실하다는 말이다. 감정의 흐름이 툭툭 끊어져 마지막 감동도 쉽게 공감되지 못한다. 이해는 되는데 가슴까진 설득시키진 못한다. 극장 개봉작은 어떻게 편집될지 모르겠지만 이야기의 이음새도 매끄럽지 못하다. 창수의 분노를 이해하기엔 미연과의 만남은 단편적으로 보여주는데 그친다. 뭔가 보여주다 만 느낌이다. 창수와 미연과의 교감이 중요한 동기가 되어야 하는데 이 교감이 턱없이 부족하다. <파이란>의 편지처럼 <창수>의 핸드폰이 뭔가 큰 역할을 하길 바랐다.
양아치와 조폭우두머리의 여자, 그리고 2인자의 배신 등 <창수>는 새로울 것 없는 익숙함으로 무장한 영화다. 이 익숙함을 식상함이 아닌 편안함으로 만든 것은 배우들의 연기 때문. 그나마 감정의 교감이 이루어진 것도 각자 제자리에서 빛을 발하는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큰 반응을 얻기엔 뭔가 아쉬운 수준이지만 이건 극장개봉작을 보고난 뒤 다시 감상해 봐도 늦지 않은 일. (극장개봉이 언제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임창정 연기 인생에 적잖은 의미로 남는 영화임엔 분명해 보인다.
Key: 임창정
(스틸이미지: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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