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atre moai/film rev2012. 12. 2. 21:22

 

생각은 많지만 가볍다

 

외모지상주의, 진실에 눈감은 언론, 어긋난 계급질서, 공정성을 잃은 법제도 등 이 삐뚤어진 사회구조 여기저기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살인범이다>는 의지가 강한 영화다. 이 모순덩어리 세상을 하나하나 꼬집어 가면서도 재미조차 놓치고 싶지 않아 한다. 문제는 이 의지가 산발적으로 분산되고 현상 하나하나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은 없고 지나치게 극단적이거나 단편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그치고 만다. 내용보다 전달에 급급하다보니 억지스런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신선한 소재로 시작해서 어긋난 사회구조 속을 고발, 풍자하는 시점까진 영화가 꽤나 풍성해졌으나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현상만을 생각하고 현상에 대한 내용을 한 번 더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거대하고 복잡한 사회구조가 서로 맞물려 진실을 가리는 모습에 대해 더욱 더 저돌적으로 비꼬며 파헤쳤으면 했지만 그 지점까진 도달하지 못했다. 아쉽다.

 

오히려 제대로 펼쳐진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액션이다. 차량액션과 추격신 등 모든 액션신에 신선함마저 느껴진다. 그저 그런 액션신은 보여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동작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질 정도다. 액션동작 하나하나가 즐겁고 박진감 넘치는 것은 물론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살인범이다>가 재밌는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상당부분 액션에 그 이유를 두고 있다. 영화의 의지와 패기는 액션신에서야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최근 한국영화 액션신과 비교 해봐도 최고등급에 랭크시키고 싶다.

 

빠른 전개와 속도감, 무엇보다 지루할 틈 없게 공들인 흔적. 이 영화의 최대의 장점이다. 액션과 반전의 반전, 풍성한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쏟아지니 이야기의 빈 구석도 크게 보이지 않는다. 거칠고 엉성하더라도 재밌다는 장점과 많은 사회고발과 풍자들이 작위적이고 가볍게만 보인다는 단점이 서로 공존한다.

 

복잡한 이야기와 많은 캐릭터들, 넘치는 사회고발 그리고 웃음과 재미까지 모두 담아내고자 하는 패기는 좋았다. 거칠더라도 그 패기에 기억에 남을 만한 영화가 될 뻔했지만 아쉬움만 남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사회를 보는 시선이 조금 더 깊어졌다면 진정서마저 갖출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살인범이다>가 말하고자 했던 사회문제는 금세 휘발되고 가벼운 재미만 남았다. 

 

(포스터 및 스틸: Daum)

key: 액션, 사회풍자 

 

 


내가 살인범이다 (2012)

8.6
감독
정병길
출연
정재영, 박시후, 정해균, 김영애, 최원영
정보
액션, 스릴러 | 한국 | 119 분 | 2012-11-08

Posted by 김귤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