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도 적당히, 소금도 적당히
참 보기 좋고 예쁜데 막상 먹어보니 너무 짜다. 과도한 조미료에 좋은 재료의 맛을 살리지 못한 음식. <푸른 소금>의 모양새가 그렇다. 과도한 영상미에 이야기가 살아나지 못한다. 감각전인 영상은 세련된 포스터를 보는 것 같다. 아름다운 이미지의 향연은 나름 좋은 볼거리다. 하지만 폼도 적당할 때 멋진 것. 과도한 영상욕심 때문에 이야기가 힘을 잃었다. 나열된 이미지만으로 인물간의 감정을 제대로 공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덕지덕지 붙여진 영상미학 뒤로 이야기는 가려졌고 인물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방해마저 된다. 적당했다면 아름다운 볼거리와 함께 이야기와 인물을 꾸며주는 훌륭한 장치가 되었을 것이다. 여린 킬러 세빈은 소금에 중독되었고 영화는 영상의 폼에 중독되었다.
새로울 것 없는 전형적인 이야기지만 전개가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적절한 갈등과 유머가 쏠쏠한 재미를 보장한다. 송강호와 신세경의 조합도 흥미롭다. 조연들 역시 각자의 역할을 꽉 채워준다. 인상적인 캐릭터는 없지만 그래도 즐길 만하다. 특히 송강호의 연기는 영화의 소금이다. 비록 기대치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송강호는 송강호다. 그가 나오는 장면은 자동적으로 몰입하게 된다. 영화의 적잖은 재미는 송강호의 공이 크다.
많은 장면들이 되새기고 싶을 만큼 아름답다. 아까운 영상들이 다듬어지고 적당하게 소모되었다면 영화의 푸른빛은 기억에 오래 남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잔뜩 잡은 폼도 멋졌을 텐데. 중요하지만 지나치면 해가 되는 존재, 소금처럼 적당함이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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