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atre moai/film rev2011. 9. 22. 00:50




자꾸만 울라고 강요하네

 영화가 울면 관객도 따라 울 것이라는 착각. 어느 순간부터는 관객이 울 때까지 악으로 울겠다는 오기가 생긴 듯, 줄기차게 울어댄다. 애까지 앞세워 펑펑 울지만 하도 울어서 눈물마저 가벼워 보인다. 관객이 이야기에 적응하고 감정을 쌓기도 전에 쥐어짜기 시작하니 감동을 공유하기는커녕 그냥 우는 사람 구경하는 것만 같다.

 
하긴 공유할만한 이야기도 부족했다. 재미와 감동을 잡겠다는 목표는 잘 알겠지만 너무 많이 본 이야기다. 그래 뭐 익숙한 이야기도 재밌게만 만들어 준다면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챔프>는 재미를 느끼기에 다소 밋밋하고 쓸데없이 감정이 과하다. 나름 훈훈하게 마무리는 되지만 굴곡 없는 이야기에 금방 흥미를 잃는다. 재미는 부족하고 지친마음으로 감동을 받기도 힘들어진다. 결국 내세운 전략이 아이 울리기인데 아무 소용없다. 막상 영화보다 잠깐 보여준 실화영상이 더 감동적이다.

 
그래도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것은 차태현과 경주 장면 때문이다. 차태현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그나마 영화를 활력 있게 만들어준다. 밝고 가벼운 역할을 주로 했던 그는 상처 입은 역할도 능숙하게 소화했다. 밝고 어린 차태현대신 든든한 내공으로 진심을 연기하는 차태현이 영화를 휘저었다. 편하고 맑으면서 진정성과 무게감까지 갖춘, 이런 배우 절대 흔하지 않다.
 
그리고 경주 장면은 쏠쏠한 볼거리다. 꽤나 박진감 넘친다.

 
<챔프>는 차태현의 좋은 연기로 나름 훈훈한 드라마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부족한 재미요소 때문에 굴곡 없는 이야기는 없는 흥미를 더 떨어뜨리고 강요된 슬픔은 지치게만 만든다.

 


챔프
감독 이환경 (2011 / 한국)
출연 차태현,유오성,박하선,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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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귤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