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실감나게 만드는 대니 보일의 내공
대니 보일 감독이 또 다시 주인공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이번엔 실화다. 암벽사이에 홀로 고립되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아론이 가진 것은 고작 물 한통뿐이다.
대니 보일 감독의 이제껏 영화도 그랬지만 <127시간>에서 그의 색깔은 더 짙어졌다. 그의 영화는 주인공이 고난과 역경에 처해 있을지라도 축 늘어져 우울한 법이 없다. 오히려 다이나믹하거나 쾌활하기까지 하다. 역동적이고 노련한 카메라 놀림, 유머를 겸비한 활력 있는 전개, 그러면서 무게감을 유지하는 내공까지. 움직이지 못하는 주인공 한명을 두고 이렇게 다이나믹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싶다. 감독의 현란한 연출은 실화를 관객에게 직접 느껴지도록 한다. 아론이 차안의 게토레이를 떠올릴 때 관객도 마른침을 삼켰고 아론의 몸에 벌레가 기어 다닐 때 관객의 몸도 어딘가 가려웠다. 폭우가 쏟아지는 장면에선 시원하기까지 하다. 관객의 감각도 실화에 동참하게 된다는 말이다. 실화를 체험에 가깝게 실감나게 만들어내는 대니 보일 감독의 내공에 감탄하면서 3D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고어영화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지켜봤는데 아론이 중국산 칼로 팔을 절단하는 장면에서 끝내 눈을 돌려야 했던 것은 그만큼 주인공의 상황이 실감나게 전달되었다는 말일 것이다.
<127시간>은 실감나는 연출 내공만이 전부가 아니다.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어조에도 진정성이 느껴진다. 비극과 희극을 오가는 삶의 결말은 기적이라 말한다. 제임스 프랑코의 열연 속에서 삶은 더욱 눈부시게 이야기된다.
온몸이 들썩여질 정도로 실화를 실감나게 느끼다 결말에서는 삶을 찾은 감동에 마음이 들썩여진다. 127시간동안의 고통을 느꼈고 기적 같은 삶을 마음으로 느꼈다. 제한된 상황에서의 주인공만큼이나 제한된 조건에서 이런 기막힌 결과물을 만들어낸 대니 보일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다음엔 어떤 악조건에서 그와 주인공의 도전이 이루어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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