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atre moai/film rev2013. 1. 20. 21:28

 

 

부실한 설계에 눈감고 화려함 뽐내기에

집착한 타워스카이처럼

 

재난영화의 재미는 우리의 일상이 파괴되는 공포, 익숙한 장소가 생명을 위협하는 참사현장으로 변하는 모습에 있다.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 인간의 본성을 재난영화만큼 여실히 보여주는 장르가 또 있겠나. 한국재난영화는 우리네 일상과 우리네 인간 군상을 바탕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것보다 더 주목되기 마련이다. <해운대>가 그랬다.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과 익숙한 사람들을 내세워 큰 호응을 얻었다. 사실 쓰나미의 스펙터클은 주가 아니었다. 영화의 주인공은 결국 재난이 아니라 재난 속의 사람들인 것이다. 생생한 캐릭터와 이야기가 있어야만 재난의 규모와 특수효과도 빛을 보게 된다.
<타워>는 캐릭터와 이야기에 대한 고민을 별로 하지 않은 것 같다. 그 대신 얼마나 더 화려한 볼거리를 보여줄까 만을 고민한 모양. <타워>는 재난영화의 공식, 정형성을 그대로 답습하려 애쓴다. 상투적이라는 것이 꼭 단점일 수는 없다. 이미 대중에게 검증을 받았다는 증거니까. 문제는 아무런 고민 없이 그대로 재연만 한다는 것. 그냥 아무런 의미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이야기 위에 캐릭터가 살아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 설경구, 안성기, 손예진, 김상경 등 무게감 있는 배우들이 포진해 있어도 이들이 활약할 틈을 제공하지 않는다. 장면 장면 소구로 소모될 뿐이다.
화려한 CG와 생생한 특수효과에 들인 공을 생각하면 한번 즐기고 마는 오락영화로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실감나는 볼거리만큼은 <타워>의 유일한 미덕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부실하고 감정은 밋밋하다. 부실시공을 알고도 파티를 감행하는 사장, 위험에 처한 사람들보다 권력층부터 구조하라고 지시하는 공무원 등 이런 뻔한 갈등장치조차 활용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많은 캐릭터들로 빈공간 투성인 이야기를 채우려하지만 허전하기만 하다. 때문에 마지막 설경구의 열연과 희생도 허공에 맴돌 뿐 감흥이 없다.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은 것은 <타워>가 볼거리에 무진장 공들인 덕이다. 화재현장은 생생하고 액션신, 재난신 등은 짜릿하고 창의적이기까지 하다. 볼거리의 융단폭격으로 인해 쉽게 눈 돌리기 힘들다. 재미만큼은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부실한 이야기 때문에 그 실감나는 재난신들이 단순 나열에 그치고 만다. 마치 영화 속 타워스카이처럼 부실한 설계에 눈감고 화려한 볼거리를 뽐내기에만 집착했다. 재밌지만 너무나 쉽게 증발된다.

 

key: 재난영화, 타워, 화재

 

(포스터 및 스틸: Daum)

 

 

Posted by 김귤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