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를 거대하게 만드는 연기
왕이 나오지만 화려한 비주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장대한 스케일을 보여 주는 것도 아니다. 이야기도 전형적인 휴먼드라마에 불과하다. 그러나 <킹스 스피치>는 깊고 거대하게 다가온다. 마지막 스피치는 강렬하기까지 하다. 왕의 개인사를 깊고 거대하게 다듬을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열연과 진득한 연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조지6세를 연기한 콜린퍼스는 영화의 깊숙한 감동을 보여준 장본인이다. 말더듬이 왕자를 매력적으로 소화해냄은 물론 왕자의 내면까지 세밀하게 보여준다. 영화의 핵심이나 다름없는 그의 연기는 거대한 감동과 거대한 전율을 만들어 낸다. <킹스 스피치>가 깊고 묵직하게 느껴졌다면 분명 콜린퍼스의 블록버스터급 연기 때문이다. 콜린퍼스의 열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지6세의 언어치료사 로그를 연기한 제프리 러시의 노련한 연기도 돋보인다. 왕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하더니 콜린퍼스의 연기를 빛날 수 있게 든든하게 받쳐주는 역할까지 해낸다.
왕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이 남자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조지6세처럼 콤플렉스에 괴로워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말더듬이 왕자가 극복해 나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우리와 별다를 것 없는 고민을 용기 있게 이겨내면서 조지6세는 성장했다. 물론 조지6세에겐 마음을 움직이게 한 조언자 로그가 있었다. 남들과 똑같은 고민에 남들과 다른 것처럼 괴로워하는 나에게도 로그 같은 조언자가 있었다면 어떤 말을 듣게 될까. 영화는 나에게 로그의 입을 빌려 이미 조언을 해줬을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마음이 먼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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