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추격전만 왕
<체포왕>의 형사들은 낭만이 없다. 치고 박으며 발로 뛰는 한국 형사영화에는 범인을 잡고야 말겠다는 순수한 낭만이 있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범인을 반드시 잡고 싶다는 순수함이 있다. 그러나 <체포왕>의 형사들은 지극히 현실이다. 현실에서 악착같이 살아남기 위해 범인을 잡아 실적을 올려야 한다. 범인을 잡는 이유가 있다면 단지 이것뿐이다.
흥미로운 설정이다. 부조리한 현실을 반영한 설정은 의미 있는 웃음을 만들어낸다. 빅재미는 아니지만 적절한 풍자코미디는 즐기기에 나쁘지 않다. 중반까지의 에피소드가 유쾌했다면 다 배우들 덕분이다. 유쾌한 분위기도 그나마 웃을 수 있는 풍자도 주조연 배우들의 노련하고 능청스런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설정과 배우만으로 영화 전체를 끌어가기는 힘들다. 설정발과 배우발로 연명해 가던 흐름은 중반이후 억지스런 전개 앞에서 나가떨어진다. 두 캐릭터의 변화는 설득력이 없고 뜬금없다. 대책 없이 무작정 결과를 끼워 맞추니 절정의 긴장감도 쾌감도 모두 기대하기 힘들다. 전반부의 체포왕 경쟁은 나름의 명분과 이유라도 있었다. 그러나 후반부의 변화는 무책임하고 인간의 정으로 포장하기에만 급급하다. 모든 것이 해결된 엔딩에서 후련함보다 찝찝함이 남았다면 이 때문일 것이다. 신선한 설정과 좋은 연기로 쌓아둔 전개도 다 엉망이 되어버린다. 중간 중간 설정과 결과만 생각하고 그것들을 이어줄 이야기는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와중에 추격전의 쾌감은 가히 대단하다. 좁은 골목과 옥상 등 동네 일대를 제대로 활용한 추격전의 재미는 영화의 모든 장면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다.
가장 빛나는 추격전도 자연스레 섞이지 못하고, 의미 있는 설정과 자연스런 연기가 만든 잔재미도 힘이 부친다. 좋은 요소들이 많았기에 아쉬움이 크다.
그리고 영화가 성범죄 피해자들을 다루는 태도는 조심스럽지 못하다. 피해자들을 향한 진정성은 찾아 볼 수 없고 피해자들은 쉽게 소비될 도구로 전락한 느낌이다. 특히 피해자 소녀는 사건 전부터 피해자로 점 찍어둔 듯 인상을 준다.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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