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atre moai/film rev2011. 5. 14. 13:26





실감나는 화력쇼


 재난의 긴장감보다 전장의 긴장에 집중한 영화다. 재난이란 것도 적을 만들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고 중반이 되면 적이 외계인이건 사람이건 중요치 않게 된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한 이유와 재난의 위협에는 잠깐의 언급만 할뿐, 더 이상 집중하지 않는다. 오로지 전장의 생생한 현장감에만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한다. 그러나 <허트로커>로 이미 전장의 쫄깃한 스릴을 맛 본 터라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 긴장감은 만족스럽지 못할지라도 현장감만큼은 실감난다. 엄청난 물량공세로 정신없이 쏘아대고 갈겨대는데 정장의 혼란과 공포를 전달하고자 했다면 어느 정도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 정신없는 화력쇼도 이정도면 나쁘지 않다.

 문제는 괜찮은 이 화력쇼도 맥락 없이 쏴대니 후반으로 갈수록 지친다는 것이다. 서사에는 조금의 정성도 보이지 않는다. 돈들인 만큼의 현란한 화력을 받쳐줄 이야기가 없다. 아무리 정장의 느낌을 전달했다고 해도 볼거리수준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 적군과 아군이 있을 뿐이며 아군은 무조건 우리편이고 적군은 무조건 적이다. 이유는 없다. 적군이 외계인이 아니라 북한군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무적일 것 같던 외계인도 오글거리는 해병대정신에 그냥 나가떨어진다. 당연한 듯이 미해병대의 승리로 너무 쉽게 예상되면서 긴장감도 사라진다. 조국애를 강조하고 싶었다면 촘촘하게 이야기를 쌓여가는 가운데 형성되는 맛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총만 갈겨대다 뜬금없이 조국을 외치는데 어디 공감이 되나. 조국애를 발휘하자마자 미해병대는 무적이 된다. 막강 외계인이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들이대는 수준이라면 선전물인지 헷갈리기만 한다.


 <월드 인베이젼>은 괜찮은 현장감을 보여준다. 그러나 딱 그것뿐이다. 전장의 현장감 외엔 별로 공감하고 싶지 않은 부담스러운 미해병대 정신뿐이다. 전장을 실감나게 전달하는 것밖에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다.  







월드 인베이젼
감독 조나단 리브스먼 (2011 / 미국)
출연 아론 에크하트,미셸 로드리게즈,레이몬 로드리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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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귤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