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한거라면 재치, 아니라면 난잡
긴장감 넘치는 포장과는 전혀 다른 내용물. 포스터를 보며 예상한 스피디한 추격전과 스릴은 눈곱만큼도 없다. 멋들어진 스릴러를 기대한 관객들을 완벽하게 실망시킨다. 영화장르가 액션, 코미디인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 해도 이미 늦었다. 낚였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긴장감이 고조될 기미가 보이면 순간순간 옆길로 샌다. 범인이 쫓아올지도 모르는데 홍제는 시체머리를 숨기고 세상 좋게 드러누워 TV나 보고 있고 백정의 아내는 남편이 잔인한 범인으로 밝혀졌는데 바람둥이로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밑도 끝도 없는 말만 한다. 뜬금없는 상황과 대사가 긴장과 리듬 등 모든 흐름을 툭툭 끊어 놓는다.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요소로 생길법한 분위기마저 풀썩 주저앉는다. 기껏 쌓아둔 긴장감마저 적절하게(?) 해제시키는데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헷갈릴 지경이다.
때문에 이야기가 산만하고 맥락 없이 느껴진다. 자꾸 산으로 가니 긴장감은 고조되다 말고 이야기는 이리저리 튄다. 이야기가 중심을 잃어버린 것 같은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액션은 현실감 넘치는 몸부림에 가깝고 홍주와 백정의 대결은 처절함 대신 짜증으로 대립한다. 그러니 사건, 내막, 추격 모두 흥미를 끌만한 수준에 못 미치게 되어버린다.
하지만 뜬금없음 천지인 스릴러가 외도된 것이라면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고 싶다. 영화적 매력보다 현실적 우연으로 가득한 이야기는 규격화된 장르 형식을 이리저리 주무르면서 웃음 짓게 만든다. 그것이 어이없는 웃음일지라도. 장르에 학습된 관객의 기대를 철저히 외면하고 당황하게 만든다. 이렇게 정성들여 ‘못난’ 스릴러를 만들려고 했다면 좋은 시도라고 말하고 싶다. 장르영화를 농담으로 지껄이는 재치도 필요하니까.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그냥 줏대 없는 이야기의 난잡함이다. 이도저도 어정쩡하니까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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