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할 수 없는 진부함
한물간 프로야구선수와 청각장애인 야구부의 감동서사,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아무리 실화라고 해도 이런 설정은 이미 공식화되어있을 만큼 예상 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전형성을 비난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보편적일 만큼 오래도록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았다는 말이니까. 문제는 이야기를 얼마나 잘 다듬느냐에 있다.
강우석 감독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 같은 뼈대에 다른 표피만 입힐 뿐이다. <글러브>에서도 그 뼈대는 여전히 드러난다. 다만 그동안 무거운 주제를 다루었던 영화가 이어져왔지만 이번엔 힘을 뺀 휴먼드라마라는 것이 다를 뿐. 하지만 강우석 감독은 새로움에 도전할 필요가 없다. 그의 장기는 직설적인 정공법에 있다. 굳이 모험하지 않아도 된다. 관객들도 강우석 감독의 새로운 시도는 원치 않을 것이다. 변칙적인 작전플레이보다 정직한 강공이 그만의 매력이다. <글러브> 역시 많이 보아온 강우석 영화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래서 재밌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흥미롭게 잘 다듬는 감독도 드물다. 진부하지만 진부해서 재밌는 이것이 강우석의 힘이다.
땀과 눈물로 난관을 극복하는 이야기는 꿈과 희망을 정직하게 바라본다.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이야기지만 가슴은 항상 반응한다. 이것은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이고 이 세상에는 성공보다 난관과 상처로 얼룩진 실패가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문제를 다뤄도 감동스포츠서사를 다뤄도 강우석 영화를 모두 관통하는 공통된 정서가 있다. 뻔하고 진부해도 강우석 감독이라면 환영이다. 알면서도 웃고 알면서도 감동받게 된다. 이것이 전형적인 대중영화의 최고치를 보여주는 강우석 감독의 전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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