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radio/album rev2011. 5. 5. 19:47







 2002년 붉은 열기로 뜨거웠던 그해여름, 월드컵이 끝나자 세상이 끝난 것 마냥 허탈해졌었다. 월드컵후유증으로 뒤숭숭하던 그때 드라마 한편이 나에게 다가왔다. 바로 <네 멋대로 해라 (이하 네멋)>다.

 시간은 흐르고 2002년 월드컵의 기억은 4년 뒤 월드컵, 또 4년 뒤 월드컵에 묻혀 사그라졌지만 <네멋>은 아직도 내 마음을 떠나지 않고 있다. 그 뜨거웠던 월드컵도 쉽게 잊혀 졌지만 <네멋>후유증은 그토록 사라질 줄을 몰랐다. 그만큼 나에게 2002년은 <네멋>으로 기억되는 해이다.

 <네멋>을 보기 시작했던 이유는 양동근 때문이었다. 동물적인 연기, 연기 같지 않은 구리구리 양동근, 그의 연기를 좋아했었다. 지금도 좋아한다. 별 생각 없이 보던 나는 고복수가 상추쌈을 입에 가득 물고 서러운 눈물을 흘리고 전경이 팩소주를 들이키고 휘청대면서 <네멋>에 빠져들고 말았다. 폐인이 되었던 것이다.

 다른 드라마와는 달랐다. 마치 친구가 죽을병에 걸린 것 마냥 걱정이 되었고 미운인물 하나 없이 모든 일물에게 정이가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내가 슬픔에 빠진 것처럼 사랑에 빠진 것처럼 아련했다.
 고복수와 전경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모든 인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거칠지만 여리고 생활력 강한 미래, 소매치기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중섭 (복수 아버지),  중섭에게 빼앗긴 인생은 복수에게 보상받고 싶은 유순 (복수 어머니), 복수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꼬붕, 복수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되어주는 두 찬석 등등
 
 2002년을 눈물 나게 채워줬던 <네멋>. 지금도 생각날 때 마다 다시 보곤 한다. 그리고 <네멋>을 향한 감동도 여전하다.

 



 소매치기로 인생을 허비하던 복수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고 값진 인생을 살아간다. 그 시간동안 사랑을 알게 되고 사람을 알게 된고 인생을 알게 되었다. 인생의 끝을 선고하고서야 최고의 사랑, 최고의 인생을 선물하는 세상은 얄밉기만 하다. <네멋>은 가식없이 쿨한 표정으로 '진짜'인생이 뭔지 알려준다. 

 이 질리지 않는 감동에는 좋은 OST의 역할도 있었다. 애절한 장면과 함께 나오는 <멀기만 한 사랑><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해>, 두 가지 버전의 <멜로드라마>, 드라마의 처음과 끝을 장식했던 <마지막 부탁><TWO FACE>. <마지막 부탁>은 전경이 수술하고 나온 고복수를 향해 활짝 웃던 마지막 장면에 절묘하게 나온다. "웃어줘 날 위해"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큰 감동을 받았던 <꿈을 꾼 후에>. 싸늘해진 아버지를 안고 오열하는 고복수 뒤로 흘러나오던 <꿈을 꾼 후에>는 잊혀 지지가 않는다.

 

멀기만 한 사랑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그대 모습 난 차마 볼 수 없었어
감춰두기만 했던 아픈 내 사랑은
이대로 남아 나를 힘들게 해 

 안녕이란 미소만을 남긴 채
그렇게 넌 내곁을 떠나갔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우리의 기억들
닿을 수 없는 먼 하늘만 보네

너무 늦어버린 거라고
마음에 남겨진 말들이

내게 약속해 줘 나 모르게 울지 않기를
이젠 준비할께 난 괜찮을 거야

남은 숨이 다 해도 영원히 너만을 위한 사랑
그것만으로도 행복했었다고 말할거야

*안녕이란 미소만을 남긴 채
그렇게 넌 내곁을 떠나갔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우리의 기억들
닿을 수 없는 먼 하늘만 보네

너무 늦어버린 거라고
마음에 남겨진 말들이

내게 약속해 줘 나 모르게 울지 않기를
이젠 준비할께 난 괜찮을 거야

남은 숨이 다 해도 영원히 너만을 위한 사랑
그것만으로도 행복했었다고

한 순간이라도

남은 숨이 다 해도 영원히 너만을 위한 사랑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었다고 말할거야

 

(드라마의 감동에 비해 OST앨범은 지나치게 조촐한 편)

 


-"그 사람이 너무나.....심장에 깊이 박혀서.....
그걸 뜯어내면...심장마비로 내가 죽어......
살자고 하는 짓이니까....니가 용서해....."

-"꼭 빙신같은 것들이 영화처럼 살라그래"

-여자와 남자가 살고 있습니다.

여자와 남자는

사랑을 즐기고

세상을 즐기고

죽음을 즐깁니다.

여자와 남자는

사랑을 살고

세상을 살고

죽음을 삽니다.

여자와 남자는 지금 행복합니다.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는

둘 사이에 가로놓인

죽음의 벽에 주먹질을 합니다.

그러나 벽은

남자와 여자의 노력보다 강합니다.

지친 남자와 여자는

그 벽에 얼굴을 기대고

가만히 눈을 감고

벽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남자와 여자는

이제 ... 그 죽음의 벽마저 사랑합니다...




01. TWO FACE

02. 멀기만 한 사랑

03. 멜로드라마 (Original Ver)

04. 멜로드라마 (Drama Ver)

05.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

06. 마지막 부탁

07. MEMORY (Rock verse)

08. MEMORY (House verse)

09. 꿈을 꾼 후에 (Instrumental)

10. 꿈을 꾼 후에 (Scat verse)

11. 꿈을 꾼 후에 (Violin verse)

12. Let's Rock - Part 1.2.3 (Instrumental)

13. Two Face (New verse)

 

 

 

 <네멋>과 함께한 음악은 이 앨범 뿐만이 아니다. 전경이 버스안에서 주로 듣던 라디오헤드의 <Creep>과 인디밴드 3호선버터플라이의 곡들이다. 3호선버터플라이는 드라마에 나오기도 하고 전경의 미완성밴드는 3호선버터플라이의 곡들을 부른다. 서로의 발을 주물러 주면서 불렀던 <걷기만 했네>, 전경이 작곡한고 고복수가 수술하면서 울려퍼지던 <꿈꾸는 나비>. <꿈꾸는 나비>를 들으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 (드라마의 명대사들과 함께한 3호선버터플라이 1집은 거의 <네멋>의 또 다른 OST다.)

 

 

-"사는 동안 살고, 죽는 동안 죽어요.
살 때 죽어있지 말고, 죽을때 살아있지 마요."

 
 그 후로 수많은 드라마들이 나오고 대한민국을 휩쓸고 지나가고 있지만 난 <네멋>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상추쌈을 먹으면, 야구장을 가면, 치킨을 먹으면 , 버스를 타면 한번씩 "경이씨" "복수씨" 하고 어디선가 들리는 것 같다.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고복수는 수술하고 전경과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까. 잘 살고 있겠지... 보고싶다. 고복수 전경

 

 

 

네 멋대로 해라
채널/시간
출연진 양동근, 이나영, 이동건, 공효진, 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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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 (Mbc 수목 드라마) - O.S.T
음반>가요
아티스트 : Various Artist
출시 : 200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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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귤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