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atre moai/film rev2012. 3. 11. 20:26

 

 





끝까지 죄여오는 공포


 실체를 빼앗기고 누군가의 실체를 빼앗는 여자. 그녀의 실체를 찾으려는 남자. 궁금증으로 시작해서 공포, 섬뜩함이 더해지더니 갈등과 슬픔마저 쌓아올린다. 영화는 한 여자의 실체를 쫓아가면서 이 많은 감정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간다. 차근차근 단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끝까지 집중하는 힘을 보여준다.

 
관객은 극중 장문호가 되어 함께 분노하고 두려워하고 궁금해 한다. 악녀를 찾는 길은 지옥으로 가는 길이었다. 지옥임을 알았을 땐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기분. 악녀의 실체를 찾으러 가는 길은 섬뜩함과 슬픔으로 가득 차있다. 그 익숙하고도 기묘한 섬뜩함은 영화가 끝나서도 오랫동안 떨어질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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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지옥 속에서 탄생한 악녀 차경선은 익숙하면서 새롭다. 악녀를 둘러싼 현대사회의 어둠이라 씁쓸하고 익숙하다. 그리고 김민희라 새롭다. 여리면서 차갑고 잔혹하다. 게다가 슬픔과 신비로움, 기묘함까지 있다.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악녀다. 천진하면서 생소하고 친숙한 느낌의 배우 김민희다. 이렇게나 많은 수식어를 써야 할 만큼 김민희는 무지개 같은 빛을 발했다. 한마디로 포텐 터졌다. 이렇게나 풍부한 에너지를 가진 배우였는데 그동안 제대로 기회가 없었던 모양이다. 관객의 공감과 감정을 이끌어낸 이선균과 조성하도 극을 힘있게 이끌어간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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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로 갈수록 혼란스럽다. 악녀의 슬픔을 바라볼 것인가. 악녀의 섬뜩함에 두려워 할 것인가.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영화는 끝까지 관객을 죄여온다. 드라마로 보든 스릴러로 보든 결말에 대한 의견은 갈리겠지만, 마지막까지 슬픔과 공포로 한눈팔 수 없게 압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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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귤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