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atre moai/film rev2013. 7. 14. 23:18

 

놀란의 분위기를 입고

스나이더의 현란함으로 재무장

 

 

슈퍼히어로의 대명사는 단연 슈퍼맨 아니던가. 지금에야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헐크 등 마블 사단의 슈퍼히어로들이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지만 분명 DC 사단의 원탑 슈퍼히어로 슈퍼맨의 시대가 있었다. 배트맨 홀로 고군분투 하고 있는 이 시점에, DC 사단이 스크린에서 힘을 낼때가 이젠 되었다. 슈퍼히어로하면 가장 먼저 떠올렸던 그 이름 슈퍼맨이 더 이상 아련한 추억 속 신화로만 남겨지길 원치 않는다. 스크린을 장악한 어벤져스 라인업만큼 DC 저스티스리그 역시 스크린에서 그 화려한 라인업을 제대로 보여줘야 할 텐데 순탄치가 않다.


크리스토퍼 놀란에 의해 배트맨 신화는 다시 쓰여졌다. 그것도 슈퍼히어로물 그 이상의 경지를 보여주며, 배트맨의 재기 그 이상의, 슈퍼히어로물의 역사를 다시 썼다고 평가받았다. 자, 이제 슈퍼맨 차례다. 이미 한번 돌아왔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이번에 놀란이 함께 했고 잭 스나이더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데이빗 고이어 작가 역시 함께 했다.) 이름만으로도 화려한 제작진 라인업이다.


‘맨 오브 스틸’이 짊어진 숙제는 무겁다. 슈퍼맨의 재기 그리고 저스티스리그 프로젝트의 출발. 이 막중한 책임에 놀란과 스나이더가 함께 했다. ‘다크나이트’의 웅장함과 짜임새 그리고 ‘300’의 화려함과 액션이 어떤 시너지를 낳았을까.
‘맨 오브 스틸’을 수식하는 키워드는 ‘슈퍼맨’, ‘슈퍼히어로’뿐만이 아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잭 스나이더의 영화로도 불리고 있지 않은가. 각자의 영역에서 굳건한 명성을 쌓아온 이들이 슈퍼맨의 신화를 어떤 모습으로 재정립할지 기대를 모음과 동시에 색깔이 확연히 다른 이들이 어떤 조합을 보여줄지, ‘맨 오브 스틸’은 이렇게 여러 가지 기대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연출이 아닌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놀란은 ‘맨 오브 스틸’은 잭 스나이더의 영화라고 했지만 ...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을 리 없다.... 고 믿는다.)

 

 

하지만 기대했던 시너지는 없었다. 각자의 부분에서 각개전투를 하는 느낌이다. 드라마 부분에선 놀란이, 액션 부분에선 스나이더의 스타일이 뚜렷이 드러난다. 영화를 지배하는 스토리라인과 크립톤행성의 역사, 슈퍼맨의 성장기에선 놀란 특유의 어둡고 장엄한 분위기로 영화가 흘러간다. 마찬가지로 액션신에선 스나이더의 장기인 현란한 비주얼의 향연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때문에 짜임새는 다소 떨어지고 드라마와 액션이 기능적으로 기계적으로 진행된다는 인상을 받는다. 드라마는 액션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액션은 드라마와 어울리지 못한다. 물론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액션 비주얼 만큼은 역시 압도적이다. 이쯤에서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잭 스나이더의 영화라고 했던 놀란이 말이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다. 최고의 비주얼리스트 스나이더에게 부족한 것은 치밀한 이야기 짜임새 아니었던가. 부디 다음 시리즈에선 놀란이 신경을 더 써주었으면 ...


그럼에도 슈퍼맨 시리즈를 새로운 모습으로 리부트 시킬만한 힘은 충분히 갖췄다. 영리한 시도는 없었지만 이것저것 재지 않고 우직하게 시리즈의 첫걸음을 내밀었다. 차근차근 쌓아올린 이야기에 스펙타클의 옷이 자연스럽게 입혀지지 않았다는 느낌과 그 사이의 빈공간은 앞으로 채워지리라 믿는다. 배트맨의 신화가 두번째 시리즈인 다크나이트에서 본격적인 조명을 받았던 것처럼


‘맨 오브 스틸’시리즈는 갈길이 멀다. 지금은 단지 자질과 여지, 기대를 남긴 채 본격적인 슈퍼맨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든다. 클라크가 신문사에 들어가며 마지막을 맞이하는데 슈퍼맨의 알짜배기 활약은 이제 곧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는 듯 하다. 렉스 루터와의 승부를 봐야하지 않은가. 영화 곳곳에 다음 시리즈의 힌트를 깨알같이 보여주며 기대감을 한껏 더 증폭시킨다. 놀란의 분위기를 입고 스나이더의 현란함으로 재무장한 슈퍼맨, 아직은 몸이 덜 풀린 상태다. 야심차게 출발한 시리즈이니만큼 더욱 저돌적으로 돌파하는 다음 시리즈를 기대한다.   

 

 

 

Key: 슈퍼맨, DC, 크리스토퍼 놀란, 잭 스나이더

 

(포스터 및 스틸: Daum)

 

 

Posted by 김귤c